대통령이 쏘아 올린 까치밥?

강선우, 김경 등 민주당의 공천 뇌물 의혹을 덮는 안성맞춤 흑기사 감

2026-01-26     이동훈 칼럼니스트
국회

‘이혜훈 사태’를 보면서 나는 가을걷이가 끝난 과수원 사과나무 꼭대기에 딱 하나 남겨진 잘 익은 사과가 떠올랐다.

까치밥이다. 여름 내내 성가시게 덤비던 까치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며칠 전 이혜훈 장관 후보자가 오점 투성이란 걸 몰랐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이혜훈이 까치밥으로 던져진 신세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그런 의심이 이혜훈 지명 철회와 함께 확신으로 바뀌었다. 청와대는 후보자 검증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장관 후보자는 수백 가지 서면 질문과 이력사항, 탐문 절차를 거쳐 검증된다. 바로 이 대목이다.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거나 정치판에 얼씬거리는 누구에게나 물어보면 검증에 부적합한 인물임을 바로 알법한 이혜훈 후보자 아닌가.

비리 투성이에다 “야!” 갑질 논란까지 나온 후보를 청문회까지 가도록 지명 철회 시점을 늦춘 점 역시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그가 까치밥이 되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결과론으로는 그렇다. 더욱이 철회 전에 자진사퇴를 권고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의문이다. 갑질로 낙마한 강선우 사태로 보면 “야!” 음성파일이 나왔을 때 지명 철회했어야 마땅하다.

이혜훈 낙마로 청와대로선 많은 이득을 얻었다는 점도 명백하다. 수수한 인상을 가지고 보수의 온실에서 커 나온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 만신창이가 되어 패가망신하는 형국 아닌가. 보수의 치부를 다 드러내 준 그는 강선우, 김경 등 민주당의 공천 뇌물 의혹을 덮는 안성맞춤 흑기사 감이기도 하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그 과정에서 후보자가 윤석열 내란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생중계로 되풀이한 장면이다. 그뿐인가? 후보자는 학자적 태도로 일관성 있게 비판해 온 이재명 정권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을 받자 깻잎 뒤집듯이 낯을 바꿔 마치 보수 경제학자 출신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듯한 착시효과를 연출했다.

어디 청와대의 정치적 계산과 술수를 탓할 일인가? 자신을 보는 세상의 시선이나 평가 따위는 뭉개버리고 장관 후보 지명에 버선발로 뛰쳐나온 후보자의 과오가 10 중 9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올 때는 냉정해질 수도 있었다. 이쯤에서는 청문회가 자신이 공적인 활동에서 마지막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겸허함을 보였어야 했다.

인사청문회는 국민이 다 지켜보는 무대이다.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오자 심지어 그는 더 맹렬하게 맞섰다. 그 태도는 온 나라를 향해 “야!”라고 호통치는 갑질에 다름 아니었다. 그가 내뱉은 언어들은 책임회피라기보다 상식에 대한 테러였다.

까치밥이 아니라 불나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