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포시의 성명 공방 '평가는 있었고 기록을 확인한다'
기자수첩 한마디 "누가 옳았는지는 기록이 말하게 두겠다"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행정과 정치는 책임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설명은 길고, 판단은 느리며, 결정의 무게는 기록으로 남는다. 반면 평가는 짧고, 표현은 빠르며, 말은 공기를 타고 흩어진다.
최근 군포시를 둘러싼 집행부와 의회 간의 긴장은 이 차이가 어떻게 갈등으로 번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의회는 연이어 성명을 발표했다. 청렴도 평가 결과를 언급했고, 역사왜곡자료 관리 조례를 둘러싼 문제 제기를 이어갔으며, 철도지하화 사업과 연계된 해외출장의 시점과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각각의 사안은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다만 이 사안들이 성명이라는 형식으로 연속적으로 제시되면서, 집행부의 정책 판단과 행정 일정 전반이 하나의 평가 프레임 안에 묶였다.
집행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맞불 성명을 내거나 수치로 반박하는 대신, “행정은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반복했다. 이 문장은 방어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행정 내부에서는 다른 의미로 읽힌다. 이미 결정된 정책과 예산, 절차를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청렴도 평가를 둘러싼 성명부터 보자. 청렴도는 외부 기관의 조사 결과로 산출되는 종합 지표다. 조사 대상, 설문 방식, 시점, 응답자의 인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행정에서는 이를 단일 원인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뿐이다. 이 때문에 집행부 내부에서는 ‘등급’보다 ‘항목’과 ‘변화 추이’를 본다.
그러나 성명에서는 이 결과가 하나의 결론처럼 제시됐다. 문제 제기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원인 분석이나 제도 개선 요구, 후속 점검 계획은 문장 속에 남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청렴도 개선의 책임이 집행부에만 귀속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도 개선은 예산과 조직, 내부 통제 체계, 의회의 심의와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고, 제도 변경은 의회의 의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청렴도 결과를 문제 삼는 순간, 그 결과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책임 역시 공동으로 발생한다. 이 지점이 성명에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역사왜곡자료 관리 조례를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역사 인식의 중요성은 공공 영역에서 폭넓게 공감대를 얻는 주제다. 그러나 조례는 선언이 아니라 행정 문서다. 실제로 집행돼야 하고, 분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무엇을 왜곡으로 판단할지, 그 판단 기준은 누가 정할지, 행정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은 없는지, 상위법과 충돌 소지는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집행부가 법적·제도적 한계를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행정 책임자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조례가 시행되는 순간부터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은 집행부가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의회의 입법 책임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조례는 의결로 끝나지 않고, 시행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책임을 만들어낸다.
철도지하화 사업과 연계된 해외출장 논란은 행정과 정치의 시간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철도지하화는 단기간에 결론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중앙정부 협의, 재원 구조, 사업성 검토, 장기 일정이 얽혀 있다. 사례 조사와 정보 수집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출장을 갔느냐’가 아니라 ‘어떤 절차를 거쳤느냐’다.
국외 출장은 집행부 단독 결정 사안이 아니다. 예산은 이미 편성돼 있었고, 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쳤다. 이는 제도적으로 한 차례 검증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사후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승인 구조 전체를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면 행정 책임의 구조를 정확히 짚기 어렵다. 출장의 필요성과 효과는 평가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 평가 역시 기록과 자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집행부가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기록으로 남는 행정’이다. 정책 판단, 예산 집행, 출장 결과는 모두 문서로 남는다. 이 문서들은 이후 감사와 점검의 대상이 된다. 반면 성명은 메시지는 남기지만, 검증의 경로를 남기지 않는다. 이 차이가 갈등을 키운다.
의회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집행부가 내놓아야 할 답변의 깊이도 깊어져야 한다. 성명은 빠르게 평가를 제시하지만, 그 평가를 입증할 문서가 함께 제시되지 않을 때 행정은 설명의 부담을 혼자 떠안게 된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보면 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산을 심의했고, 조례를 의결했으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문제를 점검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 권한이 어떻게 행사됐는지, 어떤 기록으로 남았는지가 함께 공개돼야 한다.
지방자치는 역할 분담 위에서 작동한다. 집행부는 집행의 책임을 지고, 의회는 견제와 입법의 책임을 진다. 어느 한쪽만 평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임기 말일수록, 이미 의결된 사안과 향후 책임 구조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련의 공방은 군포시 행정의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보다, 지방자치에서 평가와 책임이 어떻게 분담돼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에 가깝다. 성명은 정치의 언어이고, 행정은 기록의 언어다. 두 언어가 충돌할 때 필요한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기준의 명확성이다.
행정은 말로 평가받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문서로 남은 결정과 그 결과로 평가받는다. 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성명을 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가 책임의 기준이 된다. 청렴도, 조례, 출장 논란 모두 그 기록을 통해 다시 확인될 수 있다.
임기 말이라는 시간은 늘 판단을 서두르게 만든다. 그러나 도시는 임기로 움직이지 않는다. 행정의 연속성은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번 공방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기록 앞에서는 집행부도, 의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방자치의 책임은 그 기록을 어떻게 남기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제 남은 건 말이 아니라 확인이다. 성명으로 제시된 평가가 어디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 집행부가 설명한 절차와 판단이 문서로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회는 어떤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했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볼 차례다. 청렴도 지표가 행정 내부에서 어떻게 공유되고 개선 과제로 이어졌는지, 역사왜곡자료 관리 조례를 둘러싼 법적 검토와 집행 가능성 판단이 어떤 문서로 남아 있는지, 철도지하화와 연계된 해외출장의 승인·보고·결과 정리는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는 모두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기자수첩 한마디 "결국 남는 건 문서다.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건 제목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번 갈등이 남겨야 하는 질문도 거기 있다. 집행부의 기록은 정당한가, 그리고 의회의 질문은 그 기록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