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켜느냐, 얼어 죽느냐?

2026-01-14     이동훈 칼럼니스트
중국

난방용 가스를 켜느냐, 얼어 죽더라도 버티느냐? 겨울이 되자 중국 농촌 주민들의 생사를 건 ‘동사 투쟁(凍死 鬪爭)이 다시 시작됐다.

중국이 대기오염 개선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농촌 가정의 난방용 석탄과 장작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가스 보조금 지원이 끊기자 월 900~1,000위안에 달하는 난방용 천연가스 요금을 낼 능력이 없어 농촌에서는 동사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중국 전문 유튜브 뉴스매체 ’칸중국‘이 14일 전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의 깨끗해진 공기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 이면에서는 추위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아픔이 가려져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들은 “베이징에서는 깨끗해진 공기를 축하하는 축제가 열리고, 농촌 주민들은 생존 투쟁에 들어갔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중국은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글로벌 첨단산업 리더로 나서는 이른바 신질(新質) 정책을 전개하면서 2017년부터 친환경 난방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미국과의 글로벌 원톱 경쟁에 나서면서 보복관세와 공급망 단절 등 여파로 경제가 침체하자 그 고통을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심각한 모순에 빠졌다.

중국 정부는 재작년에 중단된 가스 보조금을 재개하는 데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난방용 지열발전, 전기 난방 등 대체 수요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로이터와 SCMP 등 세계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체주의 체제에서 계획경제 시스템에 의해 운용되는 중국의 경제정책은 공산당이 설정한 국가적 목표를 위주로 전개된다. 여기에 중국 서민들 문제가 끼어들 틈은 없다. 그래서 수많은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신질(첨단) 생산력 높이기 정책을 ’거대한 도박‘이라 표현한다. 우선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등 거대 프로젝트들이 거의 실패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패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보자. 반도체가 재료와 고집적 설계기술, 공정 장비기술, 첨단 소재기술 등 난이도가 매우 높은 첨단산업이란 걸 중국 정부가 정확하게 알았다면 그 엄청난 자본을 투입했을까? 지금 반도체 굴기 실패는 AI와 전기자동차, 첨단 군사 무기 등 중국의 국가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부실화로 이어질 공산이 아주 크다. 대국 굴기(大國 崛起)는 의욕과 웅장한 스케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추위에 떠는 중국 서민들은 중국 굴기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