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속 한·일 정상회담 - 지울 수 없는 쓰라린 기억

2026-01-13     김상욱 대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3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을 초청해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는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두고 중국이 도쿄에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양국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AF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한일 두 정상은 이재명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지 며칠 만에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서부 나라현에서 만날 예정이다.

그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촉발된 일본과 중국 간의 격렬한 외교적 갈등이 드리워져 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이에 격분하여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물품(dual-use items)‘의 일본 수출을 차단했고, 이는 일본에서 베이징이 절실히 필요한 희토류(REM)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한국과 일본, 두 미국의 동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 이후, 워싱턴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템플대학교 도쿄 캠퍼스의 동아시아 지정학 전문가인 베누아 하르디-샤르트랑( Benoit Hardy-Chartrand)은 “긴장된 지역 지정학적 상황이 다카이치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더욱 강력한 관계 구축을 원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 6월 취임한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번 방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다카이치 전 총리의 전임자인 이시바 시게루를 만난 이후 두 번째 일본 방문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만찬을 함께하며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는 전했다.

공식 석상에서 이들은 관계 개선,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그리고 정기적인 만남을 통한 '셔틀 외교'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르디-샤르트랑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공개 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은 현재의 일본-중국 위기에 대해 논의할 것이 분명하다. 수출통제를 포함한 베이징의 보복 조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세 나라의 공급망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2일 방영된 일본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에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다‘”라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고려할 때, 중국과 일본의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과 일본이 대화를 통해 우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지울 수 없는 쓰라린 기억

동아시아 지정학 전문가 하르디-샤르트랑은 “한국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중국 방문 직후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서울이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르디-샤르트랑은 이어 “이재명과 다카이치는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확신에 의문을 제기하고, 양국 관계 강화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대학교(University of Tokyo) 국제안보학과 이광헹(Yee Kuang Heng)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특별한 메시지를 다카이치에게 전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정상은 한국과 일본이 수년간 겪어온 중국의 경제적 압박으로 인한 여파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경계할 것이며, 서울과 도쿄가 공유하는 공통점을 재강조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관계에서,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잔혹한 한반도 점령에 대한 쓰라린 기억(Bitter memories)은 도쿄와 서울 간의 관계에 오랫동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