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바이오 상장 직행'…신약 기술수출로 IPO 문 두드린다

2026-01-09     손윤희 기자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성과를 잇달아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보메드는 1월 5일 벨기에 상장 제약사 하이로리스와 신약 후보물질 ‘ARBM-101’의 유럽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는 윌슨병, 유전성 혈색소 침착증 등 희귀 간 및 대사질환 치료 적응증이 포함되며,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억6000만달러(약 2300억원)에 달한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 규모는 공표되지 않았다. 아보메드는 올해 ARBM-101의 임상 1상을 시작한 뒤,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글로벌 기술수출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12월 15일에는 신경퇴행성 질환 신약 개발사 아델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 ‘ADEL-Y01’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계약의 총액은 10억4000만달러(1조5288억원)이며, 이 가운데 8000만달러(1176억원)가 선급금으로 책정됐다. ADEL-Y01은 아세틸화 타우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인간화 단일클론 항체로, 현재 미국 FDA IND 승인을 받아 다국가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델은 2016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서 스핀오프한 후 자체 연구 개발에 오스코텍과 협력해 이번 계약에 이르렀다.

최근 이처럼 비상장 바이오 기업이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형 기술수출 실적을 공개하는 사례가 비단 몇몇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소바젠, 큐어버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넥스아이, 진에딧 등도 기술수출과 함께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바젠은 작년 9월 이탈리아 안젤리니 파마와 5억5000만달러(7500억원) 규모의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SVG105’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올해 하반기 IPO를 목표로 한다. 큐어버스도 지난해 10월 동사와 치매 치료제 후보 ‘CV-01’을 3억7000만달러(5037억원)에 이전하며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24년 6월 미국 네비게이터 메디신과의 1조3000억원 규모 계약을 포함해 8월 화동제약과도 4309억원 계약을 체결했으며, 작년 말 코스닥 상장 예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진에딧은 로슈 제넨텍과 6억2900만달러(8400억원) 규모 협약을 맺고 미국 나스닥 대신 코스닥 입성을 모색하며, 4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상장에 성공한 사례로는 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에임드바이오가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정상 입성했고, 알지노믹스 역시 2023년 5월 일라이릴리에 1조9000억원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뒤 올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들어섰다. 오름테라퓨틱 역시 작년 11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에, 7월에는 미국 버텍스에 플랫폼 기술을 수출했고, 인투셀도 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의 계약 전력을 바탕으로 상장에 나섰다. 이처럼 다수의 국내 바이오텍이 임상 및 기술수출 실적을 내세워 상장 문턱을 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의 상장 심사 기준이 기존보다 까다로워진 점도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다.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빅파마 또는 나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수출 이력이나, 또는 임상 2상 단계 데이터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 기술수출 이력이 상장 자동 통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사업성·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참고자료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기술이전 상대방의 규모와 조건, 업프론트 비중, 파이프라인 수에 따라 평가는 차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