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교3신도시, 오산은 이제 ‘관리하는 도시’가 아니라 ‘설계하는 도시’로 간다
"선언의 크기보다, 그 선언이 일상 속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기록한다"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도시는 선택의 결과다. 무엇을 짓느냐보다, 무엇을 먼저 고민하느냐가 도시의 성격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오산시가 세교3신도시 지구지정을 계기로 내놓은 중장기 시정 방향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산은 더 이상 늘어나는 도시를 관리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제는 도시의 성장 방식 자체를 설계하겠다는 의지가 전면에 나섰다.
세교3신도시는 약 131만 평, 3만3천 호 공급이라는 물리적 규모만 놓고 보면 대형 신도시다. 그러나 오산시가 이 사업에 부여한 의미는 단순한 주거 확장이 아니다. 인구 50만 시대를 전제로 한 도시 구조 전환, 그리고 ‘경제자족도시’라는 목표를 실체화하기 위한 전략 거점이다. 이 지점에서 세교3신도시는 숫자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로 읽힌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강하게 읽히는 대목은 “주거만 늘리는 신도시는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다. 현재 세교3신도시에 반영된 경제자족용지는 약 9만3천 평. 오산시는 이를 출발선으로 삼아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지속적인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고착되는 순간, 교통 부담과 재정 압박, 생활 불균형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오산시는 이미 충분히 학습했다는 뜻이다.
산업 전략 역시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첨단 테크노밸리, 게임 콘텐츠 산업 클러스터를 축으로 AI·반도체·게임 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경기 남부권 산업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은 명확하다. 반도체와 AI는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이고, 게임 산업은 콘텐츠·플랫폼·인재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영역이다. 이 세 분야를 하나의 도시 생태계 안에 묶겠다는 발상은, "오산이 더 이상 주변부 산업 도시로 머물 생각이 없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고, 그 성과가 시민의 삶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지방정부에게 가장 어렵고도 가장 필요한 과제다. 오산은 그 과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도시 전략에서 교통을 뒤로 미루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산시는 세교3신도시 개발 초기부터 ‘선(先) 교통·선(先) 인프라’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원발 KTX 오산 정차, GTX-C 노선 오산 연장, 분당선 오산대역의 세교지구 연장 등 광역교통망 구상을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반영하기 위한 협의도 병행 중이다. 신도시 입주 이후 교통 대책을 고민하는 기존 방식과는 분명히 다른 접근이다.
오산시가 “교통은 도시 경쟁력의 출발점”이라는 행정원칙을 실제 사업 구조 속에 얼마나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가 향후 도시 평가의 핵심 잣대가 될 것이다.
생활 인프라 구상에서도 오산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대규모 복합몰 부지 확보, 종합 스포츠타운과 e스포츠 경기장 조성, 녹지축과 연계한 오산형 보타닉파크 구축까지. 이는 단순한 시설 나열이 아니라, ‘사는 도시’가 아닌 ‘머무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주거와 일, 문화와 여가가 한 생활권에서 연결되지 않으면 도시는 결국 잠만 자는 공간으로 전락한다. 오산은 그 함정을 피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다.
세교3신도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세교1·2지구, 원도심, 운암지구, 동오산지역, 운암뜰 AI시티까지 오산 전역을 하나의 성장 체계로 엮는 촉매 역할이다. 특정 지역만 성장하고 나머지는 정체되는 도시가 아니라, 산업·기술·일자리·삶의 질이 도시 전체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중장기 시정 방향에서 안전·복지·교육·문화가 빠지지 않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도로와 시설물에 대한 선제적 안전점검, 재난 대응 체계 강화는 눈에 띄지 않지만 도시 신뢰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청년 주거·일자리 지원, 노년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복지, 돌봄 인력 처우 개선, 장애인복지타운 건립 등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은 ‘성장 도시’가 반드시 함께 가져가야 할 책임이다.
교육과 문화 역시 도시의 체질을 바꾼다. 미래 교육 인프라 확충, 사계절 축제 운영, 생활권 문화시설 조성은 시민의 일상 속에서 변화가 체감되게 만드는 요소다. 여기에 2027~2028년 경기도종합체육대회 준비까지 더해지면, 오산은 행정·산업 중심 도시를 넘어 생활과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기자수첩은 방향을 읽는 기록이다. 세교3신도시를 기점으로 내놓은 오산의 비전은 분명 '양적 팽창'보다 '질적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인구 유입에 대응하는 단계를 지나, 도시의 산업과 교통 체질을 직접 설계하겠다는 행정적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청사진이 화려할수록 그 무게는 무겁다. 자족용지 확보나 광역교통망 구축은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과제가 아니며, 관계기관과의 협상력과 정교한 실행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교3신도시는 오산의 지도를 넓히는 사업이 아니라, 지자체의 행정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다. 비전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결과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오늘의 선택은 유효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