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 금 넘는 상승세…산업 수요·공급 부족이 견인
2025년을 ‘은의 해’라 부를 만큼 은 가격이 올해 초와 비교해 183%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금값은 71% 상승해, 두 자산 모두 1979년 이래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은 현물 가격은 장중 트로이온스당 80달러를 사상 처음 돌파했으며, 은 시가총액은 4조400억 달러(약 5800조 원)까지 올라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치 있는 자산이 됐다.
은의 급등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린 실물자산 선호 현상,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 확대, 그리고 최근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특히 은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이 전력·전자산업 등에서 발생하는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성장으로 산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 세계 순수 은광산이 대부분 고갈되어, 최근에는 구리·금·아연 등 다른 금속을 채굴할 때 부산물 형태로 은이 생산되고 있다. 피터 크라우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누적된 은 공급 부족 규모가 약 8억 온스(2만2680톤)로, 세계 은 광산의 1년 치 생산량에 대응하는 수준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은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KODEX 은선물(H)’ 상장지수펀드는 연초 이후 146.2%의 수익률로 국내 상장 ETF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의 수익률은 44%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는 2001억 원, 연초 이후 누적 순매수는 3221억 원에 달했다. 4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실버바 금액 역시 지난해 306억8000만 원에 이르러, 2024년 대비 38배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연말에는 단기 조정을 겪으며 변동성이 확연히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은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8.7% 하락해 트로이온스당 72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급등세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스톤엑스그룹의 로나 오코넬은 이미 과매수 국면에 진입했으며 가격 조정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태양광발전의 성장 둔화와 소재 대체 흐름을 단기 하락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다음날 은값은 온스당 76달러로 어느 정도 반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원자재 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으나, 2021년 급등기를 가져온 투기적 매수와 달리 현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산업용 선수요의 증가가 구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옥지회 연구원은 최근의 상승 배경이 개인투자자의 투기와 온라인 확산에 기댔던 2021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