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45조원 유입된 디지털자산 ETF, 국내선 출시 막혀 투자자 해외로 유출

2026-01-02     손윤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뉴욕증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31조4251억원(약 217억1745만달러), 이더리움 현물 ETF에는 14조978억원(약 97억4279만달러)의 자금이 각각 유입됐다. 이 두 상품에만 45조원을 넘는 금액이 집중되면서, 미국 디지털자산 ETF로 이동한 자금 규모가 지난해 국내 ETF 순유입액(13조4081억원)의 3.3배에 달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국부펀드와 같은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디지털자산 ETF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2023년 3분기 동안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보유량을 230% 확대했으며, 하버드대학교도 같은 기간 IBIT에 4억4300만달러를 투자해 전체 미국 상장 주식 및 ETF 포트폴리오 중 20%를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직접 매입에 필요한 별도 계정과 커스터디 부담 없이 ETF로 대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ETF 기초자산으로 디지털자산을 인정하지 않는 자본시장법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당 상품 출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물 ETF는 물론 관련 기업 주식이나 스트래티지, 코인베이스 등을 담은 ETF 상품도 내놓을 수 없다. 이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관련 상품을 직접 매수하는 등 자금이 외부로 흘러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 상위 5개 중 2개는 디지털자산 관련주로, 비트마인은 13억5632만달러, 아이렌은 9억8051만달러의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이미 디지털자산 ETF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변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폴 앳킨스 위원장 취임 후에는 스테이킹이 포함된 알트코인 ETF 상품도 빠르게 출시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트러스트(ETHE)를 비롯해 SSK, ESK와 같은 솔라나·이더리움 스테이킹 ETF가 상장됐고, 블랙록 역시 이더리움 현물 ETF에 스테이킹 기능을 접목한 신상품을 준비 중이다. 한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뿐 아니라 솔라나, XRP, 밈코인인 도지코인 등이 추가된 다양한 디지털자산 ETF, 그리고 여러 종류의 코인을 묶은 포트폴리오 ETF까지 등장했다.

작년 9월 출범한 그레이스케일 GDLC 펀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솔라나, 카르다노 등 시가총액 상위 5개의 주요 디지털자산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상품 구성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비트와이즈, 프랭클린템플턴, 21셰어스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신규 디지털자산 ETF 상장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반면 국내 운용사들은 관련 시장 진입에 제약을 받으면서,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