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 성장 둔화…글로벌 증시 주도권 변화
올해 미국증시가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으나, 전 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S&P500지수는 17.4%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미국을 제외한 MSCI전세계지수는 29% 상승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격차가 벌어졌다.
주요국 증시 중에서는 오래도록 저평가됐던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시장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S&P500지수를 앞질렀다. MSCI신흥시장지수도 약달러 환경을 바탕으로 30% 가까이 오르는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 코스피 지수는 75% 이상 급등하며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의 배경에는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각각 124%, 268%에 달하는 주가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증시의 판도 변화에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큰 역할을 했다. 올해 1월 중국산 인공지능(AI) 딥시크 등장 이후 AI 패권 다툼이 심화됐고,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대표적 AI 수혜주인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7%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이와 관련해 블랙록의 헬렌 주얼 주식투자 책임자는 "미국 주식 쏠림에 대한 경계가 1월 딥시크 행사로 촉발됐다"며 "미국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포트폴리오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후 투자자들은 중국 기술주를 포함해 보다 다양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MSCI중국지수는 29% 상승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28% 오르는 등 중국계 증시가 회복세를 보였다.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뉴욕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 자금은 주요국 주식시장으로 분산되는 양상도 심화됐다. 연말 기준 관세 이슈는 다소 완화됐으나, 미국 기술주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의 독점적 위상에 재차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글로벌 증시 주도권의 이러한 변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피터자산운용 매슈 비즐리 CEO는 "미국 주식이 아직도 비싸고, 성장성에 대한 도전도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두가 미국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덜 보유한 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니암 브로디-마추라 주식투자 책임자도 다양한 리스크 분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연중 지역별 투자 비중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