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위기 신호 속 암호화폐 시장, 트럼프 낙관론도 흔들다

2025-12-30     손윤희 기자

 

2025년 암호화폐 시장 침체가 심리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디지털자산의 가치 하락이 트럼프발 정책 낙관론을 상쇄했으며, 올해 4분기 들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의 올해 10월6일 사상 최고가가 12만6000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1조달러 규모가 증발하는 등 시장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10월12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발효하겠다고 밝힌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이 기간 24시간 동안 전체 시장에서 190억달러에 달하는 레버리지 청산이 발생해, 역대 최대 규모의 청산 사태로 기록됐다. 29일(미국 동부 시간) 뉴욕증시의 3대 주요 주가지수가 연말 차익 실현 수요 등에 동반 하락 마감했으며, 한국 시간으로 30일 오전 9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8만7000달러대로 떨어져 한때 최고가였던 10월 시세와 비교해 약 30% 약세를 기록했다.

호주 BTC 마켓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레이첼 루카스는 관세 확대와 긴축 통화정책의 영향이 투자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루카스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코인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트럼프의 친암호화폐 정책 등 정치적 요인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2021년 말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이른바 '크립토 윈터' 사례처럼, 현재의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메사추세츠공대(MIT) 암호경제학 연구소 설립자는 최근의 가격 급락 원인을 세 가지 구조적 요인에서 찾았다. 그는 10월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의 여파, 미중 관세 긴장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선호 현상, 그리고 주요 기업들이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대량 보유하는 재무 전략의 잠재적 붕괴 가능성을 꼽았다. 실제로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태리티지는 내달 15일 MSCI 주요 지수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이면서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카탈리니는 일부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보유한 전력 인프라를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영역에 활용하면서, 비트코인이 AI 투자 사이클과 점차 결합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시장이 흔들릴 경우 그 여파가 곧장 암호화폐 부정 심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카탈리니는 트럼프의 당선 효과만으로는 2021년 리테일 투자 열기가 정점을 찍던 시절의 시장 분위기 회복이 어렵다며, 친암호화폐 정부 구성이 침체를 타개할 충분조건이 아니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