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코스피 5000 돌파 기대감과 신중론 공존…AI·반도체 호황 이어질까

2025-12-29     손윤희 기자

 

2025년 한국 주식시장은 정치적 불안과 글로벌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코스피는 2024년 말 2399.49에서 연말을 맞은 뒤 2025년 6월 3021.84를 기록하며 3년 반 만에 3000선을 돌파했고, 10월 27일에는 장중 4000선을 넘어섰다. 11월 3일에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4221.87까지 오르면서 연간 66.7%의 상승률로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1년간 35.1% 오르며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11월 말 외국인의 14조원 대규모 매도가 발생한 뒤 연말 코스피는 3900~4000선에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투자자는 2025년 '불장'을 경험한 직후 2026년 코스피 5000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에도 시장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이 우세하다. 일부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단 목표치를 5000~5500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다. 2025년 10월 말 기준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9533만3114개로 집계돼, 사실상 1인당 약 2개의 계좌를 보유하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복귀를 보이고 있다. 11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1192조8170억원으로 2024년 말보다 77% 증가했다. 반면 증시의 과열 및 반도체 집중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시장 낙관론자들은 경제 회복과 인공지능(AI) 투자 확장, 반도체 업황 개선,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IB와 국내 증권사들은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평균 1.9%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실적으로 인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KB증권은 2026년 영업이익을 441조원으로 추산했고, 신영증권과 키움증권도 400조원 내외로 내다봤다. 또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일본(1.7배), 대만(3.8배), 글로벌 평균(3.5배) 대비 낮아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상법 개정, 양도세 완화, 배당 분리과세 등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롬바드 오디에르의 패트릭 켈렌버거 투자 전략가는 이와 같은 정책적 호재를 증시 부양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실물 경제와 주가의 괴리 및 반도체 업종 쏠림에 대한 경계론도 이어진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5년 12월 현재 2.5%로 유지되고 있고, 가계부채는 GDP 대비 91.7%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인 1875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는 2025년 10월, 11월 급등해 시장 불안 신호를 보였다. 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을 의미하는 '버핏 지수'도 147%까지 치솟아 과열 신호를 알렸다. 이와 함께 반도체 업종 집중 현상,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 차익 실현 압력 등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종현 키움증권 센터장은 하반기 정책 공백과 반도체 업황 반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코스피 5000선 안착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코스피가 4000선 돌파 후 강한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는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이다. 12월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개인이 약 10조원 상당을 순매수했고, 신용거래 융자 잔고도 27조3376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 증시를 '불장'으로 단정짓기보다, 신중한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리서치부장은 과도하게 오르지 않은 종목의 재평가 기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4~5년 이상 쓸 일이 없는 자금으로 투자하는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코스피 강세에 힘입어 관심이 코스닥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5년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33%에 그쳤지만,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기업 실적 개선 등으로 2026년 '천스닥'(1000포인트) 복귀 기대가 커지고 있다. R&D 예산과 산업 정책 예산이 각각 19%, 14% 이상 증액되어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정책 자금이 AI, 바이오, 반도체, 모빌리티로 유입되면 코스닥 영업이익과 지수가 1100선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양지환 센터장은 새해 1분기 R&D·산업 예산 집행 효과가 코스피를 능가하는 흐름을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2017년 활성화 정책 직후 단기 랠리가 끝난 전례처럼,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번 랠리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