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CT·X-ray, 언제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검사 원리와 방사선 노출 여부에 따라 역할 구분 CT 촬영 급증에 방사선 노출 우려…관리 체계 강화 목소리
대한민국의 CT 촬영 건수가 OECD 평균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CT 촬영 건수는 인구 1,000명당 333.5회로, OECD 평균인 177.9회를 크게 웃돌며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NHIS) 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CT 촬영량이 약 27.5% 증가했으며, 연간 누적 방사선 노출량이 100mSv를 초과한 환자 수 역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영상 검사가 진단에 필수적인 도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이용 양상은 과도하다는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현장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영상 검사는 MRI, CT, X-ray다. 세 검사는 모두 인체 내부를 확인하는 데 쓰이지만, 원리와 활용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MRI(자기공명영상)는 강력한 자기장과 고주파를 이용해 촬영하며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다. 뇌, 척수, 근육, 인대, 관절 등 연부조직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 신경계 질환이나 스포츠 손상 진단에 주로 활용된다. 다만 검사 시간이 길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CT(컴퓨터단층촬영)는 X-ray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인체를 단면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검사 속도가 빠르고 정확도가 높아 외상, 내부 출혈, 장기 손상, 종양 확인 등에 널리 사용된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 필수적인 검사로 꼽히지만, 방사선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한계를 지닌다.
X-ray는 가장 기본적인 영상 검사로, 뼈와 폐 구조를 확인하는 데 적합하다. 골절이나 폐렴 진단에 효과적이며 검사 시간이 짧고 비용 부담이 적다. 반면 연부조직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학계와 의료계는 국내 CT 촬영 증가의 배경으로 높은 의료 접근성과 장비 보급 확대를 꼽는다. 대형 병원뿐 아니라 중소 의료기관까지 CT 장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교적 가벼운 증상에도 CT 검사가 선택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CT 이용이 문제로 지적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사선 노출이다. CT는 X-ray보다 방사선량이 높아 반복 촬영 시 장기적인 건강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간 100mSv를 초과하는 고선량 노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공단은 복부 CT 1회 촬영 시 약 6.8mSv의 방사선 피폭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연평균 피폭량보다 약 24배 많은 수준이다. 한 해 동안 CT를 130회 촬영한 경우 누적 피폭량은 약 234mSv에 이르며, 이는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연평균 피폭량의 약 836배에 해당한다.
CT, MRI, X-ray는 각각 장단점이 뚜렷한 의료영상 검사로, 임상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영상 검사 자체보다 검사 빈도와 반복 여부, 방사선 누적 노출 관리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증상과 임상 소견에 근거한 검사 선택, 불필요한 반복 촬영 최소화, 환자별 방사선 노출 이력 관리 등 제도적·시스템적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올해 1월부터 공단 누리집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더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 누구나 자신의 의료영상검사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방사선 노출 위험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홍보와 정보 제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