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돌반지·은수저 가격 고공 행진…내년에도 상승 이어질까

2025-12-26     손윤희 기자

 

최근 금과 은에 투자한 이들은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금과 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으며, 지난 1979년 이래 가장 빠른 연간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24일(현지시간)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502달러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4,555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달성했다. 연초 가격이 2,641달러에서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금값은 70% 넘는 급등을 보였다. 올 10월 중순 처음으로 4,350달러를 돌파한 이후 일시적으로 4,000달러 밑으로 하락했지만 곧 상승세를 이어 최종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금값 급등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지속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 부과 논란과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으로 국제 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유조선 나포까지 감행하면서 카리브해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금리 인하 또한 금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올해 각국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인하하자 시중에 유동성이 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금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도 대단히 활발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부터 매년 1,000톤이 넘는 금이 전 세계 중앙은행에 의해 추가 매입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럽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한 이후, 각국은 외환 및 채권의 타국 정부 노출 위험성이 부각되자 금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특히 관세 분쟁과 금리 정책 불확실성은 중국 등에서 금 매집을 촉진했다. 블룸버그는 “달러화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이 궁극적 불확실성 헤지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며 불안정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금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내년 금 시세에 대해 주요 금융권 전망도 낙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4분기 기준 금값을 온스당 4,800달러, JP모건은 5,055달러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중앙은행 매입량이 올해 950톤, 내년 900톤 수준으로 소폭 줄겠지만, 낮아지는 금리와 약세 달러가 ETF를 비롯한 투자 수요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가 상반기까지 지속되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금을 사는 투자자에게도 매수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은 가격도 이례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3월물 은 선물은 온스당 71달러에 마감했고, 장중 72달러 이상에 거래됐다. 연초 29달러대와 비교하면 150% 가까운 폭등이다. 올 상반기 은 가격은 금보다 덜 오르고 있었으나 하반기 들어 상승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6월까지 금이 28% 올랐을 때 은은 17% 증가에 그쳤으나 이후 금이 추가로 30% 오르는 동안 은은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은 시장은 규모가 금에 비해 작기 때문에 투자 및 실물 수요가 몰릴 경우 더욱 크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은이 ‘스테로이드 맞은 금’, ‘로켓 달린 금’ 등으로 불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은이 산업 전반에서 사용되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의 절반이 태양광, 전기차, 반도체 등 산업용으로 소비되는 점 역시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최근 미국이 은을 전략물자로 지정한 것도 공급 경색 우려에 불을 지폈다.

내년 은 시세 또한 신중한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평균 은값을 온스당 57달러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평균치 39달러보단 높으나 현재 고점인 70달러보단 낮은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앞서 65달러 수준을 전망했지만, 은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관련 전망 역시 드문 편이다. 금은비율이 2021년 이후 최저치인 67배까지 떨어져 금 대비 은 가격 과열 우려도 부각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은이 과열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간 시장 내 유동성 압박과 이로 인한 단기 가격 급변 사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단기 급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은이 ‘악마의 금속’, ‘과부 제조기’로 불릴 만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향후 조정 국면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수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