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최근 5년 항암제 점증적 비용-효과비 공개…중앙값 4,294만원 기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개년 동안 경제성평가를 거친 신약들의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자료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공개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평가를 통해 급여 적정성을 심의 받은 총 20개 신약 성분이 포함됐다. ICER는 치료효과 개선 신약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기존 치료에 비해 추가 효과 한 단위당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ICER 임계값을 공식적으로 정해두고 있지 않으나, 그동안 약 5,000만원 수준이 사실상 기준처럼 작용해왔다. 이 기간 항암제 8개 성분의 ICER는 최소 2,588만원에서 최대 5,536만원 사이로 분포했으며, 중앙값은 4,294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된 9개 신약의 ICER는 중앙값 2,682만원, 최소 991만원, 최대 3,610만원의 범위를 나타냈다.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최소 3,997만원에서 최대 4,326만원 사이였다. 단, 개별 약제가 특정될 우려로 인해 성분별 중앙값 등 상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심평원 관계자는 “공개된 비용효과성(점증적 비용-효과비) 평가 결과는 신약의 요양급여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대체 가능성, 질병의 심각성, 임상 효과, 보험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라며 “명확한 ICER 임계값 없이 불확실성과 민감도 분석 결과까지 반영해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제약업계는 국내 평가 기준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임계값보다 낮아 혁신 신약의 진입에 실질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약 5,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까지 다양한 허용 범위가 인정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 ICER 관행적 범위는 2,500만~5,000만원으로 더 좁게 설정돼 있다. 이러한 내부 기준은 혁신 신약의 임상적, 사회적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업계의 비판과 이어진다. 특히 생존 기간을 크게 연장하는 첨단 신약이 증가하면서, 기존 ICER 구간 내에서 비용효과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심사 체계 유연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국가가 혁신신약에 별도 기준을 적용하거나 유연한 평가 방식을 채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국제 동향은 국내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임계값의 암묵적 설정만으로는 신약의 혁신성과 사회적 효용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 역시 신약의 혁신성, 질병 위중도, 치료적 이익 등 요인을 가중치로 반영하는 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된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복지부는 2027년부터 새로운 ICER 임계값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임계값 원칙과 가중치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신약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혁신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