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해외주식 마케팅 규제, 서학개미 부담 가중…증권사 수익성 개선 역설

2025-12-22     손윤희 기자

 

1958년 중국에서 마오쩌둥이 농촌 시찰 도중 참새를 '해로운 새'로 규정한 뒤, 전 국민 동원이 이뤄진 참새 박멸 운동이 생태계 질서 붕괴와 대기근으로 이어진 바 있다. 단순 현상만을 탓하며 성급하게 개입한 정책은 오히려 재앙을 초래했다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최근 대한민국 금융당국이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해외주식 투자 증가를 지목하며, 증권사에 '해외주식 마케팅 전면 중단'을 지시했다. 2025년 여의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해외투자 실태점검 결과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증권사는 모든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도록 강제됐다. 겉으로는 '투자자 보호'가 내세워졌으나, 실제로는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을 억제하는 조치에 가깝다. 최근 삼성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수수료 할인과 지원금 지급을 조기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서학개미들의 투자 활동에는 역설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과 더 나은 수익을 찾으려는 동기가 해외투자로 이어진 상황에서, 수수료 할인 종료가 투자 의사를 꺾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해외투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예전보다 더 높은 거래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마케팅 경쟁 중단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은 오히려 증권사의 몫이 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정부가 환율을 억제하겠다며 개입한 정책이 실상 서학개미 부담만 늘리고, 증권사의 이익만 챙겨주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승률 격차, 주가 조작 및 좀비 기업 문제 등 시장 구조적 취약성이 환율 불안의 근본 원인임을 언급했다. 이는 기존에 정부 경제 부처가 서학개미에게 책임을 돌리던 태도와는 대비된다. 해외투자 증가가 아니라 국내 증시 자체의 매력 부족이 개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이 인정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이 아닌 미국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시장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 주가 조작 근절, 주주환원율 제고, 부실기업 정리 등 구조적 개혁이 동반될 때 투자자들이 스스로 국내 시장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반면, 수수료 인센티브를 제한하고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외투자를 억누르는 정책은 근본 해결이 아니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참새 박멸이 오히려 대참사로 연결된 것처럼, 금융당국은 '해로운 새' 낙인찍기에 앞서 국내 자본시장 근본 체질 개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