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BOJ 회의 이후 엔저·원화 환율 동향과 정책 기조 분석

2025-12-22     손윤희 기자

 

일본은행(BOJ)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결정회의를 마쳤다. 시장 예상대로 추가 금리 인상 결정이 발표됐으며, 이번 회의의 핵심 중 하나는 2026년을 염두에 둔 BOJ의 실질금리 산출 방식 변경이다. 기존에는 기준금리에서 일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뺐지만, 새로 도입된 산출법은 기준금리 대신 무담보 콜금리를, 그리고 기존 소비자물가상승률 대신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달 현재 무담보 콜금리는 0.45%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고 10월 이후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실질금리는 -2.5%에 이르는 결과가 나온다.

BOJ 내에서는 금리 정책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 재추진을 위해 중앙은행의 협조를 구하고 있으나, 우에다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의 변화를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BOJ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 하락세(엔·달러 환율 상승)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가 2%를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엔·달러 환율은 155엔에서 156엔대로 추가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160엔을 돌파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엔화 약세는 단순히 경기 회복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일본 집권당 내 정치적 동학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다카이치 정부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공식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아베노믹스의 부활과 엔저 유도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 과거 구로다 하루히코 전 BOJ 총재가 시장금리를 대폭 낮춰 엔저를 실현했던 방식과는 달리, 우에다 총재는 일본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약엔 정책만으로 경기 부양이나 수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장기간에 걸친 초저금리 정책의 부작용도 누적되어 출구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경제 상황은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스테그플레이션 조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 같은 복합적 환경에서 정책 당국 내 의견도 갈리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초 자산거품 붕괴 시기 대장성은 경기 부양을, 미에노 BOJ 총재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각각 우선시했다. 현재 다카이치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 정책을 앞세우고 있고, 내년 예산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는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을 때는 재정 적자가 문제가 없다는 토마스 피케티 공식을 논거로 삼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했던 원리와 유사하다. 그러나 우에다 총재 및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의 시급함을 강조하며 견해 차를 드러내고 있다.

국채금리 급등 위험은 일본에서 특히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70%를 넘어서고 있어, 재정 지출 확대와 금리 인상이 중첩되면 국채금리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 당국이 BOJ에 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주요 근거이다. 미국 역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연준(Fed)이 인플레이션 고조와 기준금리 인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해 왔다. 미국보다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일본의 경우, 국채금리 상승은 디폴트 위험을 키우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의 안전자산 위상이 약해진다. 이는 최근의 엔저 현상이 일본 경제나 통화에 대한 신뢰 저하와 연관되어 있다는 평가로도 이어진다. 엔·달러 환율과 더불어 원·달러 환율의 향방도 불확실하다. 이미 1480원대를 돌파한 상황에서 엔·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 자금 유출 및 국내 증시 하락 가능성도 현실화될 수 있다. 향후 국내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