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불러온 건설현장 안전사고, 중소 건설사 위기 심화

2025-12-20     손윤희 기자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구조물 붕괴 사고로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공사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붕괴하며 작업자들이 매몰된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구조물 접합 부실과 지지대 미설치 등이 지목됐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건설업계의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광주대표도서관 건설사업은 2022년 착공된 이후, 시공사 홍진건설의 모기업인 영무토건이 파산 보호 절차에 돌입하면서 공사가 한때 중단되었다가, 이후 구일종합건설이 지분을 인수해 사업을 이어받았다는 구조적 변경이 있었다. 사업 중 설계도 총 7차례 변경되었으며, 공기 준수를 위한 압박과 함께 파산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준공 기한을 맞추지 않을 경우 하루 약 1000만원의 지체상금을 부담해야 하는 가운데, 이런 경제적 압박이 부실시공으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환경은 해당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중소·중견 건설사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말 들어 중대재해 발생 건수는 주로 중견 업체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으며, 상장사 기준으로 최근 HJ중공업, 남광토건, 동부건설, 태영건설 등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보고됐다. 중소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는 공시대상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많으며, 올해 3분기 기준 50인 미만 건설현장에서 275명이나 사망해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중대재해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형사들이 안전관리 예산과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견 이하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에 더해 재정 부담까지 겹쳐 실제로 안전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임을 토로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서도 올해 1~9월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사가 486곳에 달해 지난해 동기 대비 1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견 건설사 9곳이 올해 회생절차를 밟았으나 조기 회생에 성공한 곳은 단 1곳뿐이었다. 경영실적 분석에서는 자산총액과 매출 500억원 이상인 건설사 가운데 절반 가까운 44.2%가 영업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로 집계됐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 정책은 주로 처벌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 예산 확보가 힘든 기업을 위한 직접적 지원 또는 위기 속에서도 안전 투자를 실천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책적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 감축을 강하게 천명한 가운데, 앞으로는 산업안전 관리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