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리화나를 3급 마약으로 재분류” 행정명령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마리화나(marijuana)를 더 낮은 등급(Schedule III drug)의 마약으로 재분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마약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CBS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의료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오늘 나는 마리화나를 1급 규제 약물(Schedule I drug)에서 합법적인 의료 용도를 허용하는 ‘3급 규제 약물’로 재분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임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나에게 이 조치를 취해 달라고 간청해 왔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수십 년 동안 이 조치는 극심한 통증, 불치병, 공격적인 암, 발작 장애, 신경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미국 환자들이 요구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마리화나가 3급 마약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이번 행정명령은 법무장관에게 마리화나를 1급 마약에서 3급 마약으로 재분류하기 위한 규칙 제정 절차를 “가장 신속하게 완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1급 마약은 “현재 인정되는 의학적 용도가 없고 남용 가능성이 높은 물질”에 적용되며, “헤로인(heroin), LSD, 엑스터시(ecstasy) 등도 여기에 포함되는 DEA의 가장 엄격한 분류”이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신체적 및 심리적 의존 가능성이 중간 정도 낮은 물질”들을 3급 마약으로 분류한다. 3급 마약에는 코데인이 함유된 타이레놀(Tylenol with codeine),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s : 근육 증강제), 케타민(ketamine) 등이 포함된다.
마리화나의 등급을 낮춘다고 해서 연방 차원에서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불법이라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마리화나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의료적 용도를 넓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또한, 연방법상 1급 규제 약물을 판매하는 사업체는 일부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수십 개 주에서 주정부 허가를 받은 마리화나 판매점의 세금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
대마초 도매 플랫폼 나비스(Nabis)의 공동 CEO 겸 공동 창립자인 빈스 C. 닝(Vince C. Nin)은 “분류 변경은 연구를 가속화하고, 사회적 낙인을 줄이며,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업계 발전을 저해해 온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단계의 변화는 주 간 상거래 장벽이 제거될 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건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리화나를 3급 마약으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었다. 마약단속국(DEA)의 상위 기관인 법무부는 지난해 마리화나 재분류 규칙을 제안했지만, 1년 넘게 법적·행정적 논쟁에 휘말리면서 마리화나는 여전히 1급 마약으로 남아 있었다.
마리화나는 1970년 분류 체계가 만들어진 이후로 1급 마약으로 지정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대부분의 주에서 특정 의료 용도로 마리화나 사용을 승인했으며, 24개 주에서는 오락용으로도 합법화했다. 이러한 주 정책은 기술적으로 연방법과 상충되지만, 연방 정부는 주정부의 허가를 받은 ‘대마’ 관련 사업체에 대한 단속을 자제하는 방침을 택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일부 의원들은 마리화나의 잠재적인 의학적 효능과 미국인들이 의료용 또는 오락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점점 더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연방 차원의 마리화나 규제 완화를 지지해 왔다.
2024년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트럼프는 플로리다주에서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주민투표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주민투표는 56%에 약간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 통과에 필요한 60%를 넘지 못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소량의 마리화나를 소지한 성인을 불필요하게 체포하고 투옥하는 것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한 성인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현명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2명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마리화나를 1급 마약류로 분류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건강 문제와 더불어 음주 운전 및 근로자 결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의원들은 “마리화나 사용을 조장하면서 미국을 재산업화할 수는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마리화나의 위험성이 이미 입증된 상황에서 마리화나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미국인들의 건강한 생활 방식을 장려하는 것과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 9명은 지난 여름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에게 마리화나의 규제 등급을 낮추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 이러한 변경을 뒷받침할 ‘충분한 과학적 근거나 데이터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마리화나는 헤로인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남용 가능성이 있으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의학적 효능이 없으며, 마리화나의 등급을 변경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마리화나가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입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