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시장 2,000조원 증발…日 금리인상·레버리지 청산 여파

2025-12-19     손윤희 기자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지난 4분기 중 2,0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날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전 7시49분 기준, 코인마켓캡 집계에 따르면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는 2조8,800억달러로, 10월7일 4조2,800억달러에서 두 달 사이 1조4,000억달러(약 2,069조원)가 감소했다. 시장 약세는 주요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에서도 드러났다. 10월 고점 당시 12만6,000달러에 도달했던 비트코인은 최근 몇 주간 9만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날 8만5,476달러로 급락했다. 글로벌 증시 대비 성과도 둔화되어 최근 CNN은 “비트코인이 1월 이래 약 7% 하락했으며, 동일 기간에 15% 상승한 S&P500지수보다 크게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장 급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레버리지 포지션의 무더기 청산과 대규모 옵션 만기가 지목된다. 과도하게 쌓인 레버리지 거래는 가격 변동 폭이 커질 경우 대규모 마진콜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10월10일 급락장에서 한꺼번에 19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심화됐다. 단기적으로는 26일 만기 예정인 약 230억달러(34조원) 상당의 비트코인 옵션 계약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는 데리빗(Deribit) 전체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 약정의 절반을 넘는 규모로, 옵션 만기 도래 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도 시장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인마켓캡은 세계 4대 경제권인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로 조달한 자금이 고수익 자산 투자에 쓰이는 엔캐리 트레이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전략이 수년간 위험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해왔던 만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흐름이 디지털자산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엘뱅크랩스의 장 린 CEO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정상화 조치이며, 글로벌 위험자산을 받쳐온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출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일본의 긴축 기조는 최근 달러 강세와 주식시장 변동성을 자극했으며, 이 영향이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비트코인 가격 전망과 관련해서는 중장기적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 수석 전략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트코인은 다시 1만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비트코인이 1만달러선에 머물 당시 마이클 세일러 회장 등이 진입해 10배 랠리가 펼쳐졌지만, 현재는 현물 ETF 승인과 제도권 편입 등 핵심 호재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MSCI의 지수 편입 결정을 앞두고 시장 참가자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내년 1월15일 발표될 예정인 지수 조정에서 일부 디지털자산 재무기업(DAT)의 편출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아울러, 코인마켓캡이 집계하는 ‘가상자산 공포·탐욕지수’는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음을 의미하는 ‘공포’ 단계에 머물러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