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자동차·가공식품·화장품 등 대영국 수출 원산지 요건 완화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에서 원산지 기준 완화와 비자 제도 합의 등을 포함한 잠정 타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 가공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의 영국 수출 시 기존보다 낮은 원산지 기준이 적용돼 무관세 혜택을 보다 쉽게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번 협상을 통해 자동차 분야에서는 기존에 완제품 내 55% 이상이 당사국에서 창출돼야 했던 무관세 적용 기준이 25%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자동차 수출액이 2024년 영국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해당 변화는 전기차 등 주요 품목에 직접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화장품 및 화학제품의 경우엔 정제 및 혼합 등 특정 공정이 당사국 내에서 이뤄지면 원재료 출처와 관계없이 무관세가 적용되는 방식으로 기준이 변경됐다. 떡볶이, 만두, 김밥, 김치 등 관세 30%가 매겨지던 가공식품에도 주요 원재료의 역내산 요건이 폐지돼, 국내에서 제3국 원재료로 가공해 영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적용이 가능해졌다.
양국은 기존 FTA에서 대부분의 상품 시장을 이미 개방했으나,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완화가 이번 협상의 핵심으로 주목받는다. 또한 고속철 시장 개방 측면에서도 과거에 한국만 시장을 개방했던 불균형이 해소되어, 영국 고속철 시장 참여 기회가 한국 기업에도 확대된다. 영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6위, 유럽 내 2위의 경제 대국인 한편, 현재 양국 간 교역 및 수출액은 세계 20위권에 머물러 있다.
비자 제도 정비도 주요 진전으로 평가된다. 영국 진출 기업의 제조공장 설립 등에 필요한 한국 엔지니어, 유지·보수인력의 입국이 쉬워지며,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유형이 새롭게 활용 가능해졌다. 또 협력업체 소속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 출장 및 근무가 가능해지는 등, 실질적인 인력 이동의 장벽이 낮아졌다. 여기에 최근 대두한 희토류, 요소수, 배터리 등 핵심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해 공급망 협력장치를 신설했다. 공급망 교란 시 양측이 지정한 핫라인으로 10일 내 긴급회의를 열고, 교란 품목의 신속 수출이나 대체 공급처 공유, 기업 간 매칭 등 구체적인 협력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에 대해 보호무역주의 확대 속에서 자유시장질서 강화와 영국과의 경제협력 심화의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자유화에 더해 디지털 무역이나 공급망 안정화와 같은 규범도 다양하게 마련해 변화하는 통상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