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에 보내는 베이징의 교훈
- 한국, ‘수동적 외교 방식’에서 ‘능동적, 적극적 외교 방식’ 필요성 부상
군국주의를 줄기차게 주창하며 ‘아름다운 일본, 자위대가 군대로 만들어진 보통 국가’를 주창하며,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한국이나 중국을 번갈아 가며 때리는 고(故)아베 신조를 그대로 이어받고, 아베가 다하지 못한 일들을 자신이 해내겠다고 공언한 ‘여자 아베’라는 별명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베이징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다.
일본의 군사적 위협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한 지 2주일이 지난 현재, 많은 평론가들은 다카이치라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왜 그렇게 도발적인 발언을 했는지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다카이치의 발언이 나오자, 베이징은 즉각적이고도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다카이치와 일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은 다카이치가 중국의 국내 문제에 개입했다며 질책하면서 자국민의 일본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했고, 쉐젠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X(엑스, 옛 트위터)에 일본어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 ”더러운 목을 베겠다“는 극단적인 언어를 날렸다.
중국은 일본산 해산물 수출 금지를 해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금수조치를 했으며, 가수 오츠키 마키(Maki Otsuki)는 상하이 공연 도중 노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최근에는 양국 간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까지 중단되는 등, 베이징은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할 때까지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본 일본 국민들의 상당수는 다카이치를 지지하면서 지지율이 75% 수준을 유지하는 등 국내 정치 여건은 일단 좋은 듯이 보인다.
관찰자들 상당수는 중국과 일본 관계에 ‘긴 겨울’이 시작되었다며, 도쿄가 이 장기적인 갈등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강경파인 다카이치 총리를 비롯한 많은 일본인들이 간과하는 것은 중국에게 있어 제2차 세계 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도쿄가 항복할 때까지 베이징은 압력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한국인들도 36년이라는 일제 강점기의 잊지 못할 역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솨와 반성이 없어, 식민지 시대는 끝났지만, 역사적 앙금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인식이 지금의 일본은 없는 것 같다.)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기술·경제적 침체를 겪고 있으며, 군대는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지어는 동맹을 더 이상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보호국 미국으로부터의 압박을 받는 일본에게 이는 매우 암울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상승했다고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력 균형, 협력적 관계를 하겠다는 급부상하고 있는 강대국 중국을 무모하게 자극했다. 이런 상황이 자칫 다카이치의 지지율을 다시 급락시킬지도 모른다.
* 다카이치의 도발적 발언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1월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서 오카다 가쓰야 입헌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하고, 미군이 이를 풀기 위해 움직인다면, 그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전함을 이용해 무력 행사를 한다면 일본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존립 위기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는 “단순히 민간 선박이 늘어서 배가 지나가기 어려운 것은 존립 위기 상황이 아니겠지만, 전쟁 상황에서 해상이 봉쇄되고 드론이 날아다닌다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존립 위기 사태”는 2015년 아베 신조 정권이 제정한 안전보장관련법(안보법) 에 신설된 개념으로 ‘무력 개입’을 하겠다는 뜻이자.
* 다카이치 발언 ‘중국의 온라인 뜨겁게 달아올라’
다카이치의 도발적 발언은 중국 인터넷상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에서는 일본의 ‘전시 범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생생하며, 다카이치 총리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강경한 측근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는 많은 중국인들에게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전범에 대해 회개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일본인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 다카이치 발언, ‘전략적’일까 ‘외교적 무지’일까?
다카이치 총리는 정확히 무슨 말을 했을까?
국회 예산 심의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군함을 동원한 대만 공격은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른바 ‘존립 위기 사태’로 간주되어, 군사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일본 총리들은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한 일본의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다. 한 관찰자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내용 자체보다는 직설적인 표현 방식이 문제로 떠 올랐다.
그녀의 발언은 일본의 안보와 대만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일본이 고수해 온 '전략적 모호성' 정책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적 명확성’ 혹은 ‘외교적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한 가장 온건한 해석은, 아직 총리직을 배우는 단계에 있던 총리가 의회 토론 중에 모호하게 남겨두는 것이 더 나은 행동 방침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과 일주일 전 한국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것과 상반된다고 주장한다. 즉, 베이징이 “과잉 반응”한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다카이치 총리는 베이징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서투른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일축하며, 그녀의 행동이 의도적인 것이었으며, 외교 정책에서 강인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불안정한 국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은 그녀가 아베 신조의 추종자일 뿐만 아니라,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고(故)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국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일본의 두 번째로 중요한 외교 관계인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 대륙주의자들의 부상
일본의 대중(對中)강경자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10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주일간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순방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전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가 그의 두 번째 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모든 국가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선포했지만, 특히 수출 주도 경제를 구축한 이른바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거의 모든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19%의 관세 인상이라는 제재를 받았고, 일본과 한국은 각각 15%의 관세 인상이라는 제재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같은 미국의 적국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까지 모두 미국의 "관대함"을 악용했다는 포괄적인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워싱턴의 동북아시아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은 무역 문제 이상의 우려를 품고 있었다. 지난 80년간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최전선에 서서 미국의 보호를 받아왔다. 냉전 종식 후에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아시아 대륙으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수백 개의 기지와 시설을 이 두 나라에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 이들에게 국방비 부담을 더 늘리라고 강경하게 요구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의 안보 우산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등을 토닥였을 때도 그 동요는 가시지 않았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자, 서울과 도쿄의 보수 엘리트들은 지난 80년간의 봉쇄 정책이 새로운 외교 정책팀 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느꼈다.
그들은 워싱턴에서 나오는 보도에 당황, 한 분석가는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트럼프 측근에서 세 파벌이 영향력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극단주의자”들은 여전히 미국의 세계 지배라는 꿈에 매달리는, 점점 줄어드는 집단이다.
둘째, 엘브리지 콜비와 그의 동맹들이 이끄는 “특수주의자”들은 미국이 유럽과 중동에서 철수하여 중국에 전념해야 한다고 믿는 세력이다.
마지막으로, “대륙주의자” 또는 “신(新) 먼로주의자”라고 불리는 스티븐 밀러와 JD 밴스 부통령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거의 은둔자처럼 미국을 요새 대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중 중반에 이르러 한국과 일본은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패권을 인정하는 듯했고,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자력으로 버텨야 했으며, 미국은 베네수엘라 선박들을 마약 밀매선이라는 구실로 공격하는 한편, 항공모함을 포함한 더 많은 함선을 베네수엘라 인근에 배치했다. 미국이 서반구에 군사적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고립주의자들, 즉 유럽 ‘대륙주의자’들이 우위를 점하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백악관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명확한 정책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피터 헤그세스 전쟁장관(국방장관)이 올해 초 이 지역을 방문하여 냉전 시대의 상투적인 발언들을 되풀이했지만, 서울과 도쿄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워싱턴은 사실상 영향력 확대 전략을 비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0월 말 서울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측에 미국의 안보 방패의 미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구체적인 발언을 이끌어낼 기회를 제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을 자극하며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일 동맹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내심은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에만 큰 관심을 보였다.
* 미국 의존도 큰 일본, 거부당한 사랑 고백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쿄와의 군사 동맹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겠다는 보다 확실한 약속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었을까?
다카이치의 대만 관련 발언 의도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일 안보 관계에 대한 강력한 확답과 ‘집단 안보’ 원칙에 따라 대만 사태 발생 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면, 그녀는 실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카이치의 발언 후 며칠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펜타닐, 콩(대두)과 기타 농산물 등 여러 주제를 논의했다.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굳건하다!”고 밝혔다.
다카이치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언급은 물론, 일본-대만 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한 글의 어조 역시 시진핑 주석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듯했지만, 열렬한 지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 다카이치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는 그녀가 원했던 지지를 표명하기는커녕, 베이징과의 분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행동을 자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이번 분쟁의 책임이 다카이치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저명한 분석가인 주펑 난징대학교 국제학부 학장은 “워싱턴이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변질에 이용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의 국내외 정책 우선순위는 대만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임기의 대외정책을 상징하는 보고서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고립주의를 의미하는 ‘먼로주의’의 도널드 트럼프판 먼로주의라는 이른바 ‘돈로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 그동안의 미국의 패권주의, 즉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일단 한발 물러서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 패권을 확실하게 다지겠다고 표명했다. 북미, 중미, 남미가 최우선으로 떠올랐으며, 그다음이 아시아태평양(인도·태평양), 이어 유럽 지역, 뒤따라 아프리카, 중동 지역으로 그 중요성의 순위가 매겨졌다.
일본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를 지나치게 아첨하는 방식으로 묘사하고 다카이치 총리에게 수위를 낮추라고 지시한 것을 ’고립주의자‘ 또는 ’대륙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국의 영향권에서 사실상 내주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외교 역량이 절실해지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의 대외정책을 분석한 다음, 한국의 외교 정책을 설정, 대응하는 기존의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가장 먼저 한국의 국익에 따른 외교 정책을 명확하게 설정, 그것을 토대로 주변국들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를 생각해 내는 ’능동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