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철도의 벽을 허물고 미래를 세우다...잘려 나간 도시 공간을 다시 잇는 지하화의 꿈

“철로 위에 갇힌 도시를 풀어달라” 군포시민의 염원, 지하화로 향하다 단절의 시간을 넘어, 도시를 하나로 잇는 길을 향해 기차는 땅속으로, 시민의 삶은 다시 지상으로 철길의 벽을 허물고 도시의 미래를 세우다 멈춰 있던 도시 공간에 다시 흐름을 놓다 소음의 도시에서 사람의 도시로 돌아가는 여정 군포가 되찾으려는 것은 ‘길’이 아니라 ‘삶’이다 철로에 묶인 도시, 시민의 염원으로 풀리다 지하화는 기술이 아닌 군포 시민의 꿈을 위한 선택 잘려 나간 도시를 잇는 공공의 상상력 도시의 상처를 메우고 미래를 그리는 군포의 결심

2025-12-11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군포라는 도시의 중심에는 늘 철도가 있었다. 1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 이 도시는 기차의 진동과 소음을 일상의 배경으로 삼아 살아왔다. 그러나 그 소음보다 더 깊게 남은 흔적은 도시가 둘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금정역에서 군포역, 당정역을 지나 산본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도시의 허리를 가르며 긴 세월 깊은 골을 남겼고, 군포 시민들은 그 골을 건너며 살아왔다.

그래서 군포에서 ‘철도 지하화’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것은 단순한 개발 용어가 아니라 시민의 오랜 소망을 불러내는 말이 된다. 시민들이 말하는 지하화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아니라 “도시에게 되돌려줘야 할 최소한의 배려”에 가깝다. 철길이 차지하던 지상 공간이 공원과 산책로, 광장으로 바뀌고, 잘려 나간 동네와 동네가 다시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군포는 수도권에서도 보기 드물게 도심 한가운데에 장대 철도 시설이 관통하는 도시다. 기차가 지날 때마다 흔들리는 창문, 밤시간 통행에 제약을 주는 굴다리, 우회하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길은 이 도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서 가야 하는 경험”을 수없이 반복시켜 왔다. 주거 밀집지와 철도가 밀착된 구조 탓에 소음·진동 민원도 수십 년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도시 구조 그 자체였던 만큼,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철도 지하화와 상부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군포시가 선도사업 제안에 나서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시민들은 이번 논의를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각 동에서 이어지는 서명운동,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는 지하화 요구는 중앙정부를 향한 요구이자 동시에 “이제는 바꿀 수 있다”는 집단적 확신을 보여준다.

군포 시민들이 지하화에 담는 염원을 들여다보면 그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지하화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적 조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다시 하나로 잇는 일”로 이해된다. 철길로 갈라진 생활권이 상부 공원과 보행축으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도시에 부족했던 녹지와 광장이 확보되길 기대한다. 걷기 좋은 길,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통학로, 노인과 장애인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보행 환경, 주민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열린 광장—이 모든 요구가 ‘지하화’라는 한 단어에 겹겹이 담겨 있다.

특히 금정역 일대는 군포를 넘어 안양·의왕과 맞닿은 수도권 동부의 핵심 교통 결절점이다. 이 구간이 지상 철도 구조에서 벗어나 통합 개발의 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군포는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하게 된다. 시민들 사이에서 “군포가 잃어버린 미래를 되찾는 일”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이유다. 노후한 선로 주변이 도시의 그늘이 아니라, 군포의 얼굴을 바꾸는 전면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이 사업이 결코 가벼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도 잘 인식되고 있다. 막대한 사업비, 중앙정부 계획 반영 여부, 인근 지자체와의 협의, 공사 기간 동안의 교통 혼잡과 상권 영향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의 불편과 위험, 그리고 도시 단절을 감수한 채 다음 세대에게 같은 구조를 물려줄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과 생활 환경을 함께 개선하기 위해선 언젠가는 감내해야 할 변화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군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길의 주인을 바꾸면 돼요. 기차는 땅속으로, 사람은 지상으로.” 이 짧은 문장은 철도 지하화가 지닌 의미를 압축한다. 도시 공간의 우선순위를 차량과 선로에서 사람과 생활로 되돌리는 일, 그것이 지하화의 본질이다. 철도 지하화는 토목 사업인 동시에 도시 철학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사람 중심의 공간을 복원하고, 단절된 지역을 치유하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도시의 기준을 새로 만드는 선택이 그 안에 들어 있다.

군포의 지하화 논의는 이제 중요한 분기점을 향해 가고 있다. 향후 국가 계획에 반영되느냐 여부에 따라 사업의 속도와 방식은 달라지겠지만, 이미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군포 시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미래를 더 이상 남의 손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점이다.

언젠가 철길 위로 울리던 기차 소리가 조용히 사라지는 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삶의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일 것이다. 군포의 오랜 염원이 땅 아래로 내려가는 선로와 함께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도시의 골이 메워지고, 길이 이어지고, 삶이 연결되는 그 순간, 변화의 주인공은 기술도, 예산도 아닌 시민들의 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