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위장한 ‘트럼프의 외교적 부정행위’
- 트럼프 월드, “개인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
포틀랜드 주립 대학의 정치학 명예교수이며, 국제 문제를 다루는 분기별 잡지인 아시안 퍼스펙티브(Asian Perspective)의 편집장 멜 구르토프(Mel Gurtov)는 미국의 진보 매체인 ‘카운터 펀치’에 3일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의 ‘평화 계획’은 ‘외교적 부정행위’(Diplomatic Malfeasance)라고 규정짓는다.
구르토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계획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Steve Witkoff)와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가 개발하고,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가 지지했으며, 이후 러시아가 승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선 미국 국무장관인 루비오는 두 명의 상원의원에게 “그 계획은 모스크바에서 만들어졌고 일방적이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이것이 ‘트럼프의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는, 자신도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재빠르게 바꿔 말했다는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의견을 가진 자로서, 이들 국가와는 대화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기도 하는 극단적 대외정책을 옹호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티브 윗코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 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Yuri Ushakov)의 전화 통화를 보도했다. 이 통화에서 윗코프는 유리 우샤코프에게 “나 같으면,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리는 귀 기울여 들었다. 윗코프는 “러시아가 트럼프의 평화 구상을 칭찬하고, 러시아가 이를 지지한다고 말하도록 조언했다. 그런 다음 가자 지구에서 했던 것처럼 20개 항목의 평화 제안을 내놓는 게 어떨까?”는 제언을 했다는 것이다.
공화당 하원의원인 돈 베이컨(Don Bacon)은 윗코프에 대해 “러시아 출신 유급 요원이 윗코프보다 일을 덜 한다면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쨌든 윗코프는 러시아의 것을 “트럼프의 평화 계획”으로 멋지게 둔갑시켰다.
당연히 트럼프는 “물론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화에 대한 질문에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흔한 일이다. 협상가라면 그렇게 하잖아”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윗코프를 지지했다. 왜 안 되겠는가? “그들은 같은 부동산 업계 사람들이고, 항상 그렇게 운영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이 (거래)가 가장 쉬운 거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증오심으로 바뀌면서 아마 가장 어려운 거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28개 항목의 평화 제안이 자신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폭탄을 투하하여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계속 믿고 있다. 탐욕의 푸틴 대통령은 이 계획이 “향후 합의의 기반을 형성”하지만, “만약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동부 모든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 그렇듯 러시아는 자신들의 극단주의적 목표를 전혀 포기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와 다른 유럽 국가들이 평화 계획에 그토록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그들 자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트럼프-푸틴 계획’은 가자 지구 계획이 이스라엘 극우파를 편애하는 것처럼 모스크바를 편애했다.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반대 세력들은 트럼프가 “받아들이든 말든, 최종 제안은 아니다”로 전환하도록 압박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분명 낙담했을 것이다. 신속한 합의로 평화의 중재자(Peacemaker)로서, 평화의 수호자(Peace keeper)로서 긍지를 내세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섣부른 기대는 근거 없는 것이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과 협의하기를 거부했는데, 이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혼란스럽고 이기적인 외교라는 점이다.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하다. 대신 윗코프와 쿠슈너(그는 이 일에서 물러나야 했어야 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상당하다)가 서로 흥정하고 거래하고 있다. 거래를 사랑한다는 트럼프의 사랑이 흥정하고 거래하는 이들에게 은혜로 베풀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아무리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일지라도 “거래는 거래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지난 200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한 언론인이자 작가인 앤 애플바움(Anne Applebaum)은 “그들의 눈은, 그리고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도, 모스크바와의 협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재정적 보상에 쏠려 있을 것이다. 계획 문서에 따르면, 에너지, 북극의 희토류 광물, 러시아 인프라 및 자원에 대한 투자 기회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를 무시하는 이러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특히 국무부와 정보기관의 러시아 및 유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지만, 트럼프 월드(Trump world)에서는 “개인의 이익이 곧 국가 이익”(Personal interest is the national interest)이라는 트럼피즘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