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트럼프 반대 여론 활용’ 주요 선거 승리
- 이번 4곳의 선거 승이 요인의 하나 : 먹고 사는 문제 캠페인이 주효 - 공화당 패배 : 트럼프의 경제적 리더십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 - 트럼프의 경제 정책 찬성하는 비율은 33% (반대는 60%) - 미국인의 76%는 식료품 가격이 10포인트 상승했다고 답변 - 트럼프 관세, 미국인 56%,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 더 많이 미쳐
미국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에서 두자리수 승리를 거둔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2026년 중간선거에서 어떻게 트럼프의 공화당을 반격할 수 있을 지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700만 명의 시위자들이 참여한 이른바 ‘노킹스’(No Kings :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시위의 바람을 이용해 승리를 거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4개 주요 선거구를 휩쓸었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를 견제에 나섰고, 내년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어떻게 반격할지에 대한 초기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 뉴욕시의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의 정치적 이변 연출
뉴욕시에서는 민주사회주의자, 반체제 성향의 민주당 소속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34세)가 정치적 이변을 기록하며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무소속의 정치적 거물이라 할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와 공화당 소속 커티스 슬리와(Curtis Sliwa)를 누르고 시장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맘다니는 스캔들로 얼룩이 진 현직 에릭 애덤스(Eric Adams)의 뒤를 이어 뉴욕 시장이 됐고, 득표율은 50%를 넘겼다.
맘다니는 승리 연설에서 “"동지 여러분, 우리는 정치적 왕조를 무너뜨렸다. 앤드류 쿠오모의 사생활은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오늘 밤이 내가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다수를 버리고 극소수에게만 의존하는 정치의 장을 넘기고 있다.”고 일갈(一喝)했다.
한때 무명의 퀸즈(Queens)주 의원이었던 맘다니(34세)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emocratic Socialists)과 제휴했으며,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뉴욕의 전 주지사 이자 가장 유명한 정치 가문의 후손인 쿠오모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빠르게 유명해진 인물로 보도됐다.
그 이후 맘다니는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이 되었고, 뉴욕 시민들이 그를 미국 최대 도시의 지도자로 선택한 지금, 그의 거침없는 진보적 정책이 다른 지역의 민주당에 청사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의 Prop.50 법안 통과로 승기 잡아
뉴욕과는 반대편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게빈 뉴섬(Gavin Newsom)이 주 의회 선거구를 재구성하여 더 많은 민주당 의원을 의회에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그의 투표안인 Prop. 50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면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다.
캘리포니아 주 제안 50호(California Proposition 50=Prop. 50)는 선거 조작 대응법(Election Rigging Response Act)을 말한다. 이번 승리로 뉴섬과 그의 대담한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 미국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뚜렷한 주)의 ‘저항’은 민주당의 2028년 대선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도 민주당이 가져가
나아가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항상 대선 다음 해에 치러지며 항상 새로운 행정부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겨지는데, 온건하고 기득권에 우호적인 두 민주당 의원의 두 자릿수 승리로 끝났다. 승리자는 해군 헬리콥터 조종사 출신인 북부 뉴저지의 마이키 셰릴(Mikie Sherrill)의원과 CIA 요원으로 복무했던 북부 버지니아의 전 의원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Abigail Spanberger)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제 맘다니와 50번 법안의 당인가, 아니면 셰릴과 스팬버거의 당인가? 아니면 트럼프 2.0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 진보적 포퓰리스트들, 자리잡아.
트럼프의 2024년 선거 승리 이후, 2020년대식 진보적 포퓰리즘은 대체로 과거의 유물로 치부되었다. 그러다 버니 샌더스-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Bernie Sanders-Alexandria Ocasio-Cortez) 진영의 유창하고 인터넷에 정통한 대변인 맘다니가 등장했다.
맘다니와 쿠오모가 그레이시 맨션(Gracie Mansion : 뉴욕 시장의 공관)을 놓고 벌인 격렬한 싸움에서 내세운 주장은 최근의 어떤 지역적 정치적 충돌보다도 더 큰 규모로, 2026년과 그 이후에 전진하고 권력을 되찾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한 전국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더 큰 논쟁을 반영하고 있다.
맘다니의 주장은 간단했다. 트럼프의 공화당을 이기려면 민주당은 노동자 계층 미국인들의 삶을 더 저렴하게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고 집중하는 새로운 메신저가 필요하고, 재임 중에 실제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맘다니와 그의 지지자들은 쿠오모를 문제의 일부로 치부했다. 그는 현상 유지에 굴복하고 마가(MAGA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저지할 만큼 대담하지 못한 기업적이고 중도적인 민주당원이었다. 트럼프가 뒤늦게 쿠오모 전 주지사를 ‘지지’한 것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맘다니는 승리 연설에서 “뉴욕이여, 오늘 밤 당신은 변화를 위한 사명을 전달했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사명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한 사명이며, 바로 그런 사명을 수행하는 정부를 위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맘다니의 강력한 경쟁자인 정치적 거물이라는 쿠오모는 맘다니와 같은 후보는 당을 대표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만다니는 너무 젊고, 경험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사회주의적’이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쿠오모는 더 나은 선택은 맘다니처럼 중도파에 어필하고 권력의 지렛대를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뉴욕 시민들은 쿠오모의 검증된(tried-and-true) 논리를 거부하고 대신 ‘변화’를 선택했다. 문제는 맘다니의 정치, 혹은 적어도 그의 성공에 기반한 정치가 자유주의적인 뉴욕시의 환영하는 분위기 밖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이다. 아니면 그가 버락 오바마처럼 그 자체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이다.
* 민주당의 주류는 ‘온건파’이다. 맘다니와는 거리감 있어.
뉴저지와 버지니아는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더 많이 선출하는 경향이 있는 ‘민주당 주, 즉 블루 스테이트이며, 홀수 해에 주지사 선거에서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더욱 심층적인 역학 관계가 스팬버거와 셰릴이 4일 밤 공화당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 민주당 후보 모두 결국 각자의 주와 현재의 상황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 되었다.
버지니아 북부에서 3선 의원을 지낸 46세의 스팬버거는 CIA 요원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회에서 온건 민주당 대변인, 즉 그녀가 종종 표현하듯이 “열정적인 실용주의자”(a passionate pragmatist)로서 경력을 쌓았다. 스팬버거의 주지사 선거 운동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소셜 미디어 게시물보다는 생계비에 초점을 맞추는 등 유사한 전략을 고수했다. 생계비는 최근 대통령의 연방 정부 예산 삭감으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버지니아주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이다.
스팬버거는 선거 당일 밤 “워싱턴이 버지니아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한다면 버지니아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포토맥강 건너편에서 우리의 일자리와 경제를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침묵만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야무지게 캠페인 했다.
마찬가지로, 2019년부터 북(北) 저지 제11선거구(North Jersey’s 11th Congressional District)를 대표해 온 53세의 전직 조종사 겸 검사인 셰릴은 오랫동안 민주당 진보 진영의 주류 대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녀는 공공시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치솟는 전기 요금을 동결하는 등 식탁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경쟁자인 뉴저지주 전 주 의원 잭 시아타렐리(Jack Ciatarelli), 버지니아주 부지사 윈섬 얼-시어스(Winsome Earle-Sears)는 문화 전쟁 문제(트랜스젠더 권리 등)를 최우선으로 내세워 트럼프의 2024년 전략을 고수했다.
작년 트럼프는 두 민주당 주에서 이전 대선 경선 때보다 훨씬 적은 차이로 패배했다. 하지만 그의 기세는 시아타렐리와 얼-시어스로 이어지지 않았고, 출구 조사 결과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여전히 주택 구입 능력이었다.
스팬버거는 승리 연설에서 “버지니아는 당파성보다 실용주의를 선택했다. 우리는 혼돈보다 우리 연방을 선택했다. 여러분 모두는 가장 중요한 것, 즉 비용 절감, 지역 사회 안전 유지, 그리고 모든 버지니아 주민을 위한 경제 강화에 끊임없이 집중할 리더십을 선택했다.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집중할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무역과 관세가 격변하는 시기에 스팬버거와 셰릴은 자신들을 안전하고 비교적 중도적인 경제 관리자로 내세우기로 한 결정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의 앞날에 문제가 생겨날까?
4일 치러진 민주당의 주요 승리 3건 모두에서 “생활비 절감”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먹고 사는 것이 팍팍하다는 현실이 작용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경제적 리더십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2024년 선거 운동 당시, 후보였던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물가를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키겠다”고 거듭 다짐했었다. 하지만 최근 야후/유거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0%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반면, 찬성하는 비율은 33%에 그쳤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역대 가장 부정적인 평가이다.
미국인의 과반수(56%)는 미국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3월 이후 9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다. 또한 미국인의 4분의 3 이상(76%)은 식료품 가격이 같은 기간 10포인트 상승하여 상승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미국인의 과반수(56%)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가 현재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미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 수치는 7월 이후 5포인트 상승했다.
4일 선거 결과는 트럼프가 노선을 수정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내년 11월 투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뉴욕시에서 맘다니는 생활비를 낮추기 위한 야심에 찬 정책을 제안했다. 이 정책은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소유 식료품점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 저소득 세입자의 임대료를 동결하는 것 ▶ 대중 버스 요금을 영구적으로 폐지하는 것 ▶ 생후 6주에서 5세 사이의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보육을 실시하는 것 ▶ 2030년까지 최저임금을 30달러로 인상하는 것 ▶ 그리고 그의 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과 백만장자에게 세금을 인상하는 것 등이다.
셰릴과 스팬버거의 제안은 그렇게 대담하지는 않았지만 강조점은 맘다니와 비슷했다.
셰릴은 최근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주에는 자신의 의견이 경청되지 않았고, 자신의 요구가 해결되지 않았으며, 누군가 부엌 식탁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값 부담 완화와 주택 가격 인하를 첫날부터 약속했지만, 가격은 급등했고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재구획(redistricting) 군비 경쟁은 이제 막 시작일 뿐.
미국 하원 선거구 재조정은 일반적으로 10년마다, 즉 새로운 인구 조사에서 인구 분포 변화가 나타날 때마다 시행된다. 그러나 올여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주 의원들에게 새로운 하원 선거구 경계를 평소보다 5년 일찍 통과시키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 목표는 바로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의석을 더 확보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텍사스는 가장 먼저 공격적인 공화당 주였으며, 2028년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뉴섬은 8월에 ‘선거 조작 대응법’(Election Rigging Response Act)으로도 알려진 캘리포니아주 ‘법안 50호’를 발의하여 민주당 주 주지사로서는 처음으로 반격에 나섰다.
50호 발의안은 텍사스의 선거구 재조정 노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후자는 법원의 소송에서 이길 경우, 공화당에 최대 5석의 하원 의석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전자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5개 선거구를 민주당으로 바꿀 수 있다.
4일, 50호 법안은 약 30%포인트 차이로 통과되었다. 진짜 문제는 뉴섬의 최근 선거 운동이 2026년과 2028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에 맞서려는 민주당의 계획을 바꾸었는지, 그리고 뉴섬 자신이 그러한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이다.
주지사는 지난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규칙을 바꾸고 있다”며 “캘리포니아가 불을 불로 막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어 “우리는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당장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이 바로 우리가 변해야 할 때이다. … 바로 그 때문에 50호 법안이 캘리포니아의 논의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성공 덕분에 2026년으로 넘어가면서 논의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의 민주당은 이미 주의 5개 공화당 의석 중 몇 개를 뒤집을 수 있는 봄철 선거구 재편을 위한 첫 단계를 밟기로 투표했다. 일리노이, 메릴랜드, 뉴욕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뉴섬 주지사는 또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가 필요하다다. 뉴욕, 일리노이, 콜로라도의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뛰어난 업적을 이룬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는 다른 주들도 이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2026년에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지 인식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하원의장으로 취임하는 순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사실상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