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장 선거, 사상 첫 무슬림 34세 ‘맘다니’ 당선

- 아프리카 우간다 출생, 인도계 무슬림, 2018년에 미국 시민권 획득

2025-11-05     김상욱 대기자

34세의 젊은 무슬림(이슬람교 신도)인 조란 담다니(Zohran Mamdani)가 미국 뉴욕 시장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됐다.

진보성향의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담다니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무슬림이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의 시장으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명 이다시피한 정치 신인 맘다니 후보는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시장을 누르는 정치적 이변을 연출하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 진보적인 민생문제 공약이 먹혀들어

맘다니는 민생문제에 치중하는 선거전을 펼쳤다. 그는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둔 선거 캠페인을 펼치면서 ‘진보세력’의 부상을 대변하는 진보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맘다니는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비롯, 최저임금 인상, 무상 버스 제공, 무상교육 확대 등이 그의 대표적인 생활 공약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공약은 진보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뉴욕에서 민주당 진보 진영의 승리로, 맘다니는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전 주지사와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Curtis Sliwa)를 꺾었다. 맘다니는 이제 미국 최대 도시의 끝없는 요구에 부응하고, 회의론자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야심 찬 선거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 민주사회주의자 맘다니

이번 승리로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인 맘다니는 뉴욕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자, 인도계 출신 최초의 시장, 그리고 아프리카 출생 최초의 시장이라는 역사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또한 내년 1월 1일 취임하면 100여 년 만에 이 도시의 최연소 시장이 된다.

승리 축하 파티에서 맘다니는 “동지 여러분, 우리는 정치적 왕조(political dynasty)를 무너뜨렸다”고 함성을 지르는 군중에게 선언했다. “앤드루 쿠오모의 사생활은 최선을 다하길 바라지만, 오늘 밤이 내가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다수를 버리고 소수에게만 의존했던 정치의 역사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 말이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승리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승리로 여겼다. 그는 이어 “뉴욕시여, 오늘 밤 여러분은 변화를 위한 사명을 전달했다. 매일 아침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깨어나겠다. 바로 이 도시를 어제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 민주당의 얼굴이 된 맘다니, 뉴욕시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 기록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만 명이 넘는 뉴욕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 투표했는데, 이는 5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투표율을 기록한 시장 선거이다. 개표가 약 90% 진행된 상황에서 맘다니 후보는 쿠오모 후보보다 약 9%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맘다니의 예상치 못한 부상은 민주당이 중도파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을 떠난 유권자들을 되찾으려는 것보다는, 보다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그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전국 공화당원들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맘다니를 위협적인 인물이자, 자신들이 말하는 더욱 급진적인 민주당의 얼굴로 묘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가 당선될 경우, 뉴역시에 대한 연방 지원금을 삭감하고 심지어 시를 장악하겠다고 거듭 위협해 왔다.

뉴욕 공화당 의장 에드 콕스(Ed Cox)는 성명을 통해 “맘다니는 이제 민주당의 얼굴이 됐다.”고 말했다.

AP 통신이 선거 결과를 보도하자, 브루클린에서 열린 그의 승리 파티에서 맘다니 지지자들은 환호하며 포옹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사람이 뉴욕시 공식 깃발을 게양하고 스피커에서는 배드 버니(Bad Bunny)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선거 포스터가 공중에 흩날리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맘다니의 X(엑스, 옛. 트위터) 계정에는 뉴욕 시청역에 도착하는 지하철 열차의 영상이 게시되었는데, 영상에는 “다음이자 마지막 역은 시청입니다”는 안내 방송이 포함되어 있었다.

* 패배자 인정 쿠오모 일성, “뉴욕은 위험한 길로 향해”

맨해튼 중심가 극장에서 열린 쿠오모의 시청 파티 분위기는 훨씬 더 가라앉았다. 쿠오모는 자신의 패배 인정 연설에서 자신의 선거 운동을 "우리가 매우 위험한 길로 향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뉴욕 주민의 거의 절반이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하는 정부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쿠오모는 지지자들이 맘다니의 이름을 언급하며, 야유를 시작하자 바로잡았다. “아니요, 새로 부임하는 시장을 어떤 식으로든 돕겠다”면서 “오늘 밤은 그들의 밤이었다”고 말했다. 쿠오모의 ‘수모의 순간’이었다.

맘다니의 풀뿌리 선거 운동은 저렴한 주택 공급에 집중되었고, 그의 카리스마는 쿠오모의 정계 복귀 시도를 망쳤다. 4년 전 성희롱 혐의로 사임했지만,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쿠오모 전 주지사는 선거 기간 내내 과거의 굴레에 시달렸고, 부정적인 선거 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맘다니,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수 있을까?

맘다니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맞서야 할 처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도시 뉴욕에 대한 보복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승리할 경우, 맘다니를 체포하고 추방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맘다니는 우간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뉴욕시에서 성장하여 2018년 미국 시민이 됐다.

맘다니의 가장 유명한 지지자 중 한 명인 민주당 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는 뉴욕 주민들이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백악관의 괴롭힘꾼과 깡패들에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 만만치 않은 풀어야 내야 할 자신의 공약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빈약한 이력 때문에 비판을 받았던 맘다니는 이제 내년에 취임하기 전에 새 행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그를 승리로 이끈 야심에 차지만 양극화된 의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계획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공약에는 무료 보육, 무료 시내버스 운행, 시 직영 식료품점, 그리고 특정 응급 전화를 담당할 경찰 대신 정신 건강 관리 종사자를 파견하는 새로운 지역사회 안전부 설립 등이 포함된다. 민주당 소속 캐시 호출(Kathy Hochul) 주지사가 부유층 증세 요구에 확고히 반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맘다니 주지사가 이러한 사업에 어떤 자금을 지원할지는 불분명하다.

또 뉴욕 경찰청(NYPD) 지도부에 대한 그의 결정 또한 예의 주시될 것이다. 맘다니는 2020년 경찰청을 강력히 비판하며 “이 불량 기관”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인종차별적이고, 반(反)퀴어적이며, 공공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후 이러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으며, 현 뉴욕 경찰청장에게 유임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맘다니의 선거 운동은 도시에 대한 그의 낙관적인 전망과 중산층과 하층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약속에 의해 추진되었다.

그러나 쿠오모, 슬리와, 그리고 다른 비판자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대한 그의 격렬한 비판에 대해 그를 공격했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인권을 옹호해 온 맘다니는 이스라엘이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고 비난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발부한 체포 영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