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인도의 거대 의류 산업 ‘와르르’

- 모디 총리, “의존 습관은 큰 불행 초래”

2025-10-23     성재영 기자

“티셔츠에 붙은 태그에 ‘인도산’이라고 적혀 있다면, 미국 시장을 장악한 ‘달러 시티’(Dollar City)라는 별명으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던 인도 남부 산업 중심지에서 생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지 불과 7주 만에 티루푸르(Tiruppur)의 많은 의류 공장들(garment factories)이 가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침체는 6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대규모 공장과 소규모 작업장으로 구성된 광대한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쳤다. 수천 명의 원단 재단사( fabric cutters), 실 다듬이(thread trimmers), 재봉틀 작업자(sewing machine operator)가 갑자기 실직했다.

티루푸르 인도 노동조합 센터 사무총장 G. 삼파스(G. Sampath)는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25% 감소했다“고 말했다. 티루푸르 수출업자 협회에 따르면, 이 도시의 의류 수출액은 작년 37억 달러였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의류의 3분의 1은 일반적으로 월마트, 타겟, 시어스를 포함한 미국 소매업체로 수출됐다.

WP는 ”12명이 넘는 공장 노동자, 인건비 부담자, 기업 임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티루푸르 지역의 삶과 생계를 얼마나 빠르게 뒤흔들었는지 드러났다고 전했다.

티루푸르는 단일 산업 도시로, 많은 노동자들이 서면 계약서나 고용 보장 없이 살아가고 있다. 농촌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은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생산라인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과 임금이 삭감되었다고 말했다. 주문이 동결되거나 취소된 수출업체들은 신규 재고가 팔리지 않을까 우려하며 기존 재고 운송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바이어들이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최대 20%의 할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H&M 등의 브랜드에 티셔츠, 바지, 아동복을 생산하는 지나 가먼츠(Geena Garments)의 매니징 파트너인 모한 샹카르(Mohan Shankar)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 마진이 아니라 현금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에게 생존의 시기“라고 말했다.

미국 바이어들이 주문을 줄이거나 지연함에 따라, 샹카르는 미국 시장 생산량을 거의 7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간접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규모를 축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티루푸르의 대부분 제조업체는 마진이 낮은 대량 생산 의류를 생산한다. 티루푸르 인도산업연합(CII=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y)의 전 회장이자 인도 의류 회사인 코튼 블로섬(Cotton Blossom)의 전무이사인 밀턴 앰브로스 존(Milton Ambrose John)에 따르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셔츠, 레깅스, 속옷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5달러에서 10달러 사이에 판매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전가할 여지가 거의 없다.

존은 ”미국인 구매자들을 위한 어떤 할인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5%도 할인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고객들은 “10~20%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실토했다.

미국은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8월 인도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제재로 관세율을 두 배인 50%로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모스크바산 원유 구매 중단을 약속했다고 밝혀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인도 외무부는 두 정상 간의 통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8월 28일 50% 관세가 발효된 지 하루 만에, 인도 정부는 면화 수입 관세 면제를 연장했다. 이는 의류 제조업체에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티루푸르 지역 사업주들은 더 많은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존은 현재의 경기 침체를 팬데믹 시대와 비교하며 “사람들에게 긴급 대출을 제공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팬데믹 시대는 도시의 많은 직조기가 문을 닫았던 마지막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인 고통 외에도, 인도 제조업체들이 방글라데시나 베트남처럼 20% 관세만 부과되는 경쟁국에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델리에 본사를 둔 무역 및 기술 싱크탱크인 글로벌 트레이드 리서치 이니셔티브(Global Trade Research Initiative)의 설립자인 아자이 스리바스타바(Ajay Srivastava)는 “미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관세가 거세지기 시작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경제적 자립의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그는 8월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다른 나라에) 의존이 습관이 되는 것은 큰 불행이다”라며, “선진 인도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는 결코 멈추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