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에 ‘선불 요구’ 트럼프의 과유불급(過猶不及)
- 마음 쓰린 한일 등 동맹국엔 채찍, 비(非)동맹국엔 우호적 ? - 일본의 합의 : 모두를 놀라게 한 일본 GDP의 10% 투자 규모 - 사실상 차기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 미국과의 협상 재검토 시사 -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 한국이나 일본 시간 끌기 - 트럼프 퇴임을 고려, 협상에 임할 수도 - 한국의 길, 일본의 길, 대만의 길
지나침은 오히려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즉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다른 말로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이익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이다. 아직은 트럼프의 탐욕에 의한 압박 전략이 본인을 포함해 미국과 미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지만 2026년도 들어서면서부터 나타날 수 있는 영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향해 ’관세 전쟁‘을 선포하고, 특히 손쉽다고 여겨지는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 미국에 선불로, 현금 투자를 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3500억 달러, 일본에게는 5,500억 달러, 한국과 일본 9,000억 달러이다. 유럽에게는 6000억 달러 규모이다.
’한·일·유럽‘에게 현금으로 미국이 지정한 시기와 투자처에 45일 이내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과거에 들어보지도 못한 ’불평등한 협약‘이 동맹국들을 괴롭히고 있다. 트럼프의 괴롭힘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의미의 ’이아환아‘(以牙還牙)를 연상시킨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의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약속한 막대한 자금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엄청난 액수와 백악관이 자금에 대한 거의 ’완전한 통제권‘을 요구하면서, 자금 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은 10월 5일 현재 미국과 투자 협정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미 두 나라 사이의 인식, 조건과 투자 방식 등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일은 문서로 협정(MOU)을 맺었다.
* 일본의 합의 : 모두를 놀라게 한 일본 GDP의 10% 투자 규모
백악관과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악수하며 체결한 무역 협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에 5,500억 달러(2024년 기준 일본 GDP의 10% 이상)를 투자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이 포함되었다. 9월, 일본 정부는 협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를 발표했는데, 이는 주변 관계자들과 다른 외국 지도자들, 심지어 일본 내 일부 인사들을 놀라게 했다.
기본적으로 도쿄는 유럽연합(EU)이 ’약속한 대로‘ 민간 자금(private money)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공적자금‘(public funds)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금 지출 방식을 거의 무제한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4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 투표를 거쳐 ’일본 제일주의‘를 주창하는 극우 성향의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10월 중순(15일쯤) 의회에서 총리지지 투표를 통해 차기 일본 총리로 최종 결정되지만, 역대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되지 못한 경우가 없다. 극우 성향의 사실상 차기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는 “협상 재개를 시사하했다.” 실제로 협상 재개를 할지는 모르지만, 일본 기업들은 이미 정부가 제안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에 내심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백악관으로부터 유사한 합의를 촉구받고 있는 한국 역시 속으로는 반발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익명을 조건으로 솔직하게 말한 바이든 행정부 전직 관리의 말을 인용, “그 내용을 고려했을 때 일본이 이런 것에 동의했다는 게 놀랍다. 결국 이 자금을 통제하는 쪽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양해각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상무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관세 위협을 통해 외국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아내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야에 이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조선업 부활(이른바 마스가 : MASGA), 오랫동안 지연되어 온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반도체 생산 확대 등이 그 예이다.
일본과의 합의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창을 제공하며, 워싱턴에 자금 사용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5,500억 달러 규모의 공약을 명시하고 있다. 이 합의는 미국 정부가 민간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자체 투자 부문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를 시험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언제, 그리고 과연 최종적으로 확정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일본 의장인 크리스티 고벨라(Kristi Govella,)는 “이것은 양해각서(MOU)이므로 이전보다 더 공식적이지만 정식 무역 협정보다 덜 공식적”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이행을 해야 할 의무가 없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 사실상 차기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 미국과의 협상 재검토 시사
10월 4일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는 양국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 일본의 전 경제안보상이자 차기 총리 후보가 확실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는 합의 조건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일부 일본 기업은 이미 약속된 투자를 활용해 정부가 약속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실현하기를 바랐다고 고벨라는 말했다.
이 협정의 구조는 트럼프 행정부가 민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프로젝트에 대한 비용을 일본에 부담시키려 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나의 증거 프로젝트는 10여 년 전 처음 제안된 이후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래스카주의 440억 달러 규모 액화천연가스 수출 프로젝트이다. 문제는 알래스카는 극한지여서 공사 기간, 원부자재 확보, 극한기후, 투자 규모 등 프로젝트 수행에 난제가 수두룩해 미국 기업들조차 이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9월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알래스카에서 보유한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마침내 방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들쑥날쑥한 상황이어서 투자 규모를 확정하는 것부터 난제이다.
이러한 해외 투자 자금이 현실화 된다면, 러트닉은 다른 나라의 자금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희망 사항으로 끝날지, 실제로 완수가 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일본 측 메모의 조건에 따르면, 이 자금은 상무부 산하의 새로운 사무소인 ’미국투자촉진기구‘(United States Investment Accelerator)의 감독을 받게 된다.
투자할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은 미 상무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하는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일본은 해당 위원회에 대표를 두지 않지만, 45일 이내에 일본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협의위원회‘(consultation committee)에 참여하게 된다. 협정에 따르면, 일본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행정부는 해당 국가에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
*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 한국이나 일본 시간 끌기
* 트럼프 퇴임을 고려, 협상에 임할 수도
업계 관계자와 분석가들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수익성을 내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프로젝트 제안 이후 직접 투자하거나 프로젝트 후원자들과 상업적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꺼려 왔다. 이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속으로는 한국 역시 선뜻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는 수십억 달러의 일부를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일본 기업에 이 프로젝트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면, 이는 미국 정부가 생명 유지 장치에 연결해 놓은 잠재적인 낭비에 일본 기업이 연루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인 케이플러(Kpler)의 LNG 산업 전문가이자 전 쉘 엘엔지(Shell LNG) 직원인 고 카타야마(Go Katayama)는 “일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직접적으로 ’아니오‘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대신 가능한 한 절차를 끌어내고 확실한 약속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카타야마는 “일본 전력 회사들은 이 프로젝트의 경제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는 확실한 지분 참여보다는 의향서나 제한적 구매 계약과 같은 상징적인 참여일 것이다. 일본 정부는 협력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참여를 독려할 수 있지만, 전력 회사들은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도 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지연시킬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지난달 유럽에서 열린 천연가스 산업 박람회에 참석한 일본 기업 대표들도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고 미국 업계 임원들이 폴리티코에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기업의 임원은 일본 기업들이 “가스가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는 즉시 공사가 중단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은 시간을 끌려고만 하고 여기서 빠져나가려고만 한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일본을 묶어두려는 시도에 대한 태도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들은 그저 문제를 미룰 방법을 찾고 있을 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민간 부문이 미국의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할 가능성을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한 정부 산하 기관으로, 알래스카 LNG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경제산업성과 일본 기업들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 LNG 생산 시기, 경제적 타당성 등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관리들과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해 왔으며, 일본과 미국 모두에 도움이 될 이러한 논의를 미국 관리들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LNG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회사인 글렌파른 컴퍼니스(Glenfarne Companies)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글렌파른 대변인 팀 피츠패트릭(Tim Fitzpatrick)은 “알래스카 LNG는 경제성이 뛰어나고, 정부 보조금 없이도 상업적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프로젝트 가속화를 위한 정부 지원은 언제나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 기업들의 평가와는 사뭇 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백악관은 일본 정부가 MOU의 조건을 전면적으로 준수할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우리는 일본을 포함한 우리의 무역 상대국들이 행정부와의 무역 협정에서 약속한 것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내부 기대치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한쪽이 약속을 어길 경우, 관세율을 조정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의 길, 일본의 길, 대만의 길
미국은 이 합의를 이용해 다른 무역 상대국에도 유사한 협정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한국이다. 한국은 7월에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9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 거래를 수락하거나 아니면 관세를 내야 한다”며, 일본이 미국과의 거래에서 동의한 투자 조건을 언급했다. 그는 “노골적으로 말하면 관세를 내거나 거래를 수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지도자들은 미국 정부의 요구에 반발하며, 공적 자금을 투자에 사용하면 국가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주 채널A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의 현금을 지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 지도자들도 또 관세 인하를 대가로 반도체의 절반을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러트닉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대만 관리들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20%의 관세를 부과한 후, 이 아이디어가 양국 간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의 일부라는 것을 부인했다.
이는 모두 월스트리트에 걸쳐져 있는 트럼프 내각이 외국과 국내 자금으로 미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다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관세 수입세를 징수하여 행정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또 행정부가 핀란드나 대만과 같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가 기업에 직접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두 가지 노력 모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미 국세청은 누가 돈을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영역 다툼으로 전락했고, 국가 재산 기금은 의회의 법안과 상하 양원에서 다수결로 승인되어야 하는 모든 법안에 따르는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 대신 무역 협정 모델은 관세 위협을 이용해 외국 자금 풀(pool)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행정부에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고 러트닉에게는 더 많은 통제력을 제공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국제 경제 담당 수석 이사를 지낸 피터 해럴(Peter Harrell)은 “상무부의 정치적 임명자들이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일종의 ’외국 비자금 펀드‘(foreign money slush fund)처럼 이를 실행하는 방식은 사실상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럴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일을 하려고 생각했다면, 미국 내에서 우리가 중국 공산주의자로 비난받을 것이라는 엄청난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