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가브리엘, “윤리적 자본주의” 필요
- 경제 활동의 필수 부분 ‘윤리적 자본주의’가 반드시 필요 - 시장뿐 아니라 가치관에서도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Markus Gabriel)은 일본 요미우리 국제경제학회(YIES) 강연에서 현대 사회에 필요한 “윤리적 자본주의”에 대해 언급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저명한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26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authoritarian capitalism)에 맞서기 위해서는 “윤리적 자본주의”(ethical capitalism)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강연에서 독일 본 대학교(University of Bonn) 교수인 가브리엘은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다가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윤리적 자본주의’가 먼저 자리 잡아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브리엘 교수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에는 ‘선동적 자본주의’(demagogic capitalism)와 ‘관료주의적 자본주의’(bureaucratic capitalism)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동적 자본주의’는 “정치 지도자나 집단이 대중의 감정에 호소해 권력을 행사하면서, 제도적 통제와는 상관없이, 사적(私的)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말한다. 이 선동적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민주주의가 약화된 국가에서나, 혹은 공산주의 붕괴 이후 등장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로 사용되며, 선거가 형식적으로는 이루어지지만, 권력이 개인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이 선동적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은 첫째 ‘대중 선동과 감정 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지도자가 대중의 불안이나 분노, 그리고 불신을 자극하면서 지지를 얻고, 제도적 견제 장치를 약화시키는 것이며, 그 권력은 개인화로 치닫고, 결과적으로 사뢰 분열과 포퓰리즘의 만연을 유발시킨다. 즉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선동가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며, 내부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형태를 띤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관료주의적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가브리엘은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로 믿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관료주의적 자본주의는 ”대규모 기업이나 조직에서 관료적(비서적, 수직적) 체계와 자본주의적 소유·이윤 추구 방식이 결합된 경제 체제를 말한다. 이 용어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에서 등장했으며, 현대 기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관료제적 관리와 시장 경제가 결합된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특히 미국과 독일 등에서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했으며, 막스 베버 등 사회학자들이 이 현상을 주목했으며, 관료제적 자본주의는 ‘개인적 네트워크’ 대신 ‘규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형성했다.
가브리엘 교수는 또 신비(新非)자유주의(neo-illiberalism)에 대해 논하며, 신비자유주의의 세 가지 특징을 노동 억압, 민족주의, 그리고 후견주의(clientelism : 두목과 부하 관계에 의존)로 규정했다.
이 신비자유주의는 다른 말로 하자면, 새로운 형태의 ‘반(反)자유주의’를 뜻하며, 현대 자유주의, 특히 유럽식 자유민주주의의 구조적 결함과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등장한, 자유와 포용성을 약화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자유주의가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권위주의적·집단주의적 요소가 확산되며, 이에 대한 반발로 neo-illiberalism이 부상했다.
이 신비자유주의는 “소수자 권리 축소, 언론 자유 제한, 공동체 중심주의 강화 등 포용적 가치의 후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 ‘극단적 민족주의, 국가주의, 권위주의적 정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가브리엘 교수는 신비자유주의 하에서 노동권은 억압되거나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정권들을 ”진정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정치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에 따르면, 세계는 여러 위기가 ”나선형으로 얽혀 … 태풍을 형성하는, 그리고 중첩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AI에서 시작하면 … 모든 것이 AI 문제로 보일 것”이라고 경고음을 날렸다.
가브리엘이 언급한 또 다른 주제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다. 이는 18세기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도입한 은유(metaphor)이다. 이 은유에 따르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의도치 않게 사회적, 경제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브리엘은 “나는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부른 것이 시장의 수학적 법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단지 실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보이지 않는 손’을 “공감과 윤리적 자본주의의”(sympathy and ethical capitalism) 한 사례로 묘사했다.
그동안 가브리엘은 윤리가 경제 활동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는 ‘윤리적 자본주의’를 옹호해 왔다.
그는 강연에서 재생 에너지와 화석 연료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례를 제시하며, 윤리적 자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뿐 아니라 가치관에서도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