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암세포 핵 비대 원인 규명

복제 스트레스 따른 일시적 반응…전이 억제 가능성 제시

2025-09-26     이승희 기자
(왼쪽부터)의과학대학원

암 조직 검사에서 흔히 관찰되는 암세포 핵 비대 현상이 악성화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 DNA 복제 스트레스에 따른 일시적 반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는 의과학대학원 김준 교수 연구팀이 김지훈 교수·김유미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암세포 핵이 커지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 9월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그동안 병리학적 검사에서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큰 핵을 지닌 경우가 많아 암 악화의 신호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 실제 암의 진행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DNA 복제 스트레스가 핵 내부의 ‘액틴’ 단백질 중합을 유도하고, 이 과정이 핵 비대를 직접적으로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DNA 복제 스트레스는 세포가 유전 정보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과 오류 신호를 의미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핵 크기 증가가 암세포가 생존에 유리하도록 획득한 특성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 비대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일시적 대응이며, 오히려 암세포의 이동성과 전이 능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결론은 유전자 기능 스크리닝을 통해 핵 크기 조절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를 선별하고, 전사체 분석으로 핵이 커질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 프로그램을 확인한 결과에 기반한다. 더불어 3차원 유전체 구조 분석(Hi-C)을 통해 핵 비대가 단순한 크기 변화가 아니라 DNA 접힘 구조와 유전자 배열 변화와 연관돼 있음을 규명했다. 생쥐 이식 모델 실험에서는 핵이 커진 암세포의 이동성과 전이 능력이 감소하는 경향도 확인했다.

김준 교수는 “DNA 복제 스트레스가 핵 크기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규명해, 오랫동안 관찰돼 온 병리학적 특징의 기전을 설명했다”며 “향후 암 진단과 전이 예측에서 핵 구조 변화를 새로운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의과학대학원 김창곤 박사(현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와 홍세명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