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지현을 공격하는 이유

2025-09-25     이동훈 칼럼니스트
영화

영화 ’북극성‘에서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라는 배우 전지현의 대사 한 마디가 중국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에서 전지현이 출연한 광고 상품 불매운동과 함께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단지 그 한마디 대사 때문일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인들이 영화라는 장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를 이해해야 한다.

영화 ’황해‘가 개봉된 직후인 2011년 초 무렵, 조선족 사회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조선족 혐오 이슈가 심각하게 제기된 적이 있었다. 당시 중국에 거주하던 나는 조선족 매체들의 비판 수위와 댓글에 나타난 비난 여론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에 “한국의 영화 장르는 아무런 이념적 주제의식 없이 흥미를 위해 기획된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한 조선족 매체에 기고한 적이 있었다.

그 며칠, 영화를 향했던 독자들의 비난이 온통 칼럼 필자인 나에게 쏟아졌고, 해명과 반박 댓글로 대응하느라 잠까지 설쳤던 악몽이 떠오른다. 결국 댓글 창에 이를 보다 못한 조선족 출신 칭화대 정인갑 전 교수가 나서 중재하면서 사태는 수습되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오래 힘들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 전지현 씨에 대한 중국인들의 비난이 그와 본질적으로 같은 현상이다. 중국인들은 영화가 어떤 이념적 의도를 가졌다고 인식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선전 정책으로부터 학습된 결과다. 그들은 전지현이 배우로서 그 대사를 표현했다고 여기지 않고, 그 대사에는 기획자와 전지현의 이념이 담겼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 ’황해‘에서 조선족 조직폭력배들의 활동을 리얼하게 묘사한 씬을 보면서 조선족을 반문명적이고 잔인한 집단으로 폄훼한다고 인식하는 것과 같다. 만약 한국인들도 그와 같이 인식한다면 조폭 영화에서 경상도와 전라도 시민들은 그런 불쾌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영화는 영화다‘라고 재미있게 볼 따름이다.

중국 영화는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인 주제에 선전이라는 의도를 입힌 형식이 주를 이룬다. 서민들의 비참한 현실이나 사회적 불만을 리얼하게 다룬 영화는 상영이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시골의 가난한 모습을 다룬다면 인간적인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그랬다.

이번 전지현 사건의 본질은 문제의 대사가 아니다. 영화에 대한 두 나라의 인식 차이다. 해결책이나 중재 방법이 있을까? 빠른 시기에 중국인들의 영화에 대한 인식이 쉽게 바뀔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한국 영화계에서 중국에 대한 테마를 다루면서 중국의 그런 인식을 고려할 개연성 역시 없다. 따라서 그 해법은 없다.

문화적 차이로 이해하기엔 너무나 비합리적이다. 단지 그럴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