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외교’ 과연 성공할까?

2025-08-26     이동훈 칼럼니스트

역사적 실화를 소재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는 운명적 사랑에 빠진 스웨덴 왕 구스타프 3세가 친구의 총에 맞아 죽는다.

가면을 쓴 무도회지만 가면 뒤에 감춰진 친구 아내와의 불륜이 부른 참사였다. 이 오페라에서 가면은 잠시 자신의 표정을 숨길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가리지 못한다. 그것이 구스타프 3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가 지금 가면(假面)을 쓴 상태다. 일본 이시바 총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반일·반미-친중·친북 성향을 몰라서 표면적으로나마 미소를 띤 표정을 짓고 외교에 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가 그렇다. 여기엔 매우 복잡한 외교적 기술과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의 전략을 유추하자면 한국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외교적 부담감이 오벌 오피스에서의 미소를 자아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당신은 피스-메이커, 나는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이재명 대통령의 유화적 레토릭 역시 큰 몫을 했다. 두 대통령 모두가 오래 수읽기를 한 탓에 다듬고 다듬어진 표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이제 며칠 안에 벌어질 협상의 본령에서 드러날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회담은 그저 인사치레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트럼프의 ‘흔들기 외교’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회담 직전에 나온 ‘숙청과 혁명’ 메시지도 그랬지만, 결정적으로는 “(이재명 정부 상황을) 정보(인텔리전스) 보고서를 통해 잘 알고 있다”라는 말 한마디에 독침이 숨어 있다.

‘정보’라는 의미는 미국의 정보력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바로 이재명의 ‘가면’을 지적하는 일종의 경고다. 좋게 해석하더라도 “(다 알고 있는데) 무슨 말이 중요하겠는가? 핵심 의제로 결론 내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관점에서 보자면 이 대통령은 반미-친중에서 전향한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번 대미 외교의 경우 가면은 등장-씬에서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쓸모가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쓰임새가 크진 않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은 과거 반미와 친중에 대해 확고하고 수위 높은 포지션을 스스로 자처해 왔다. 다만 트럼프가 그런 이 대통령에 대해 이념적인 잣대를 어느 정도 수위로 들이대느냐의 문제에 이 협상의 운명이 달렸다. 트럼프는 협상 조건에 만족할 경우 그런 점들을 간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젠가 그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이것이 이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