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 속, 세계 무역 다각화에 눈 돌려

2025-07-18     김상욱 대기자

어떤 외부의 압박이 가해질 경우 이에 반발하는 것은 동물이나 인간세계나 마찬가지이다. 고슴도치는 위협을 느끼면 몸을 돌돌 말고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벌은 위협을 받으면 ‘독침’으로 공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세계를 향한 무차별적인 압박 공세는 앞서 언급한 동물처럼 세계 각국은 마냥 트럼프의 압박과 위협에 굴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길을 새로운 곳으로 돌리며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살길을 찾는다. 고슴도치도 되고 벌도 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5일 세계 무역상품이 2025년 1분기에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재고가 과잉되고, 관세 인상이 수입 수요를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올 연말에는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WT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상품 무역은 전분기 대비 3.6%,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지만, 앞서 WTO는 연간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을 0.1%로 전망했다. WTO의 전망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상당한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이 특정 국가 및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 면제, 혹은 부과 할지의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의 추가적 일방적 조치는 무역 긴장을 고조시켜, 더 많은 국가와 지역으로 파급되는 연쇄 반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일방적, 독단적 관세 조치로 기존의 다자간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없다. 오히려 각자도생처럼 세계는 더욱 다각화된 세계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는 노력을 가속화 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효과는 트럼프 생각과는 다르게 감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는 자신만만하게 전 세계를 향해 관세 전쟁을 선포했지만, 7월 중순 현재까지 겨우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3개국과만 합의에 도달했다. 이렇듯 무역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보다는 훨씬 둔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협상의 불확실성 속에서 최근 상황은 미국 관세의 ‘억제 효과’가 약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각국이 무역 전략을 조정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했던 국가와 기업들은 국내 시장을 확장하거나 다른 해외 시장으로 이전하며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더 많은 국가가 관세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적인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조정은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전략적 선택이다. 이는 새로운 무역 환경에 적응하고 더욱 회복력 있는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발전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한 예로 미국의 관세 압력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이러한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하고 자유무역지대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세계 각국과의 경제 및 무역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해 왔다. 지역 차원에서는 중국과 아세안(ASEAN)이 3.0 버전 중국-아세안 자유무역지대(FTA) 협상을 완료, 자유무역과 개방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나아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심도 있는 이행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역 원활화가 강화되었다. 중국의 경우, 국제적으로는 일대일로(BRI) 이니셔티브를 통해 참여국들을 위한 새로운 무역 회랑이 조성되었다.

중국의 영자신문인 글로벌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과 BRI 협력국 간 무역 규모는 4.7% 증가한 11조 2,900억 위안(약 2,186조 4,214억 원)에 달했고, ASEAN과의 무역 규모는 9.6% 증가한 3조 6,700억 위안(약 710조 8,423억 원)으로, 무역 다각화 노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각화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 경쟁 책임자인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는 지난 14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EU가 미국 관세에 대비하여 인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심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포츈(Fortune)이 보도했다.

지난주에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하고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무역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우호적인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무역 긴장의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RCEP 협정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역 무역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미국과 위·아래 국경을 맞댄 두 나라,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준수 의지를 공유하면서, 양국간 교역 강화를 목표로 협의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마크 카니 총리와 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서한을 받은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멕시코 역시 미국과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회담 주요 의제는 USMCA를 기반으로 대미 관세 공동 대응 모색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공동의 노력은 단일 국가의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 흐름을 왜곡하려 할 때 ‘다자주의’가 종식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오늘날 고도로 세계화된 세계에서 경제권 간의 상호 의존성은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산업 및 공급망의 긴밀한 통합으로 인해 어떤 국가도 세계 무역 시스템에서 고립될 수 없다.

따라서 미국 관세 정책의 단기적인 충격은 무역 흐름의 조정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국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무역 장벽을 우회하는 과정을 가속화할 뿐이다. 각국이 다각화된 경로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세계 무역 시스템은 더욱 ‘회복탄력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