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사상자는 ‘미국의 친구들’
- 트럼프는 ‘최고 거래 사령관’이 아니라 ‘거래 파괴 사령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독단적, 힘에 의한 거래 제일주의 등으로 그는 ‘최고의 거래 사령관’(dealmaker-in-chief)이라는 명성(?)을 얻는 듯 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는 ‘거래 파괴 사령관’(dealbreaker-in-chief)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어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미국과는 관세가 거의 제로(zero)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그러한 군사동맹의 한국에 대해 트럼프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하자며,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한 급격한 인상을 요구하면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은 트럼프에게 그의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무역 승리를 안겨주었다. 자랑하기 좋아하는 트럼프의 입은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당시 협정에 따라 한국산 철강 수출 제한이 시행됐고, 더 많은 미국산 자동차 제조업체가 한국으로 자동차 수출을 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는 당시 “역사적인 이정표”(historic milestone)이자 “미국과 한국 근로자들에게 훌륭한 합의”이며, “공정하고 호혜적인 합의”라고 극찬했다. 그의 그러한 표현은 기존 무역 협정을 다소 수정한 것에 불과한 것을 크게 과장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평화와 안정’을 확보한다면 기꺼이 그 정도의 합의는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2기를 맞이하며 지난 1월 20일 취임을 했을 당시, 한국은 대통령이 간절히 시행하려던 관세 부과를 견디어 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은 정권 교체기에 놓여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 정치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펼쳐내기 위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서둘렀으나, 이는 국익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의 국내 정치적 이득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국민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한미 무역 협상이 펼쳐지기 시작했지만, 이재명 정부의 기본은 ‘국익’ 우선의 실용주의, 실용 외교 노선을 천명하면서 트럼프의 거센 압박에 서두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의 사정이 어떻든 그와 무관하게 한국이 추가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의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서한을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한국 정부는 물론 일본 정부까지 트럼프의 무차별적 위협에 굴하지 않고 국익을 챙겨야 한다는 실용 외교를 근간으로 차분한 패키지 협상을 진행키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도 본격적인 무역 협상을 다양한 선택지를 들고 시작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물론 브릭스(BRICS)의 주요 회원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트럼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국제사회의 각각의 지도자들은 이미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기질과 끊임없는 관세에 대한 갈망, 관세 스위치(Tariff-Switch)를 ‘껐다 켰다’하는 접근 방식에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살펴보면 트럼프는 2기 임기 동안 지금까지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한 것보다 더 많은 무역 협정을 파기했으며, 그의 목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조변석개(朝變夕改)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캐나다 및 멕시코와 광범위한 협정을 체결했지만, 2025년 초에는 입장을 돌변시켜 또 다른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이런 식의 거래 방식을 두고, 사람들은 트럼프는 ‘거래의 사령관’이 아니라 ‘거래 파괴 사령관’이라는 달갑지 않은 새로운 별명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7일 트럼프는 12개국 이상의 무역 상대국에 서한을 보내,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8월 1일부터 관세를 재부과하겠다고 위협의 대포를 쐈다. 한국은 25% 관세 부과 대상이었고, 일본은 당초 24%에서 25%로 올려 재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캐나다에는 별도로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서한을 보내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서 관세 15%이든 20%이든 일괄적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매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내 말을 잘 들으면 관세가 내려갈 것이고, 그 반대면 올라갈 것”이라고 다시 한번 협박했다.
트럼프는 막무가내로 2007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내동댕이쳤다. 당시 미국은 아시아 강대국과 최초의 양자 무역 협정을 체결한 것이었다. 당시 부시(아들 부시) 2기 정부 시절 자유 무역이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서 우세했던 환경 속에서 10개월이라는 기간을 거치면서 FTA가 체결됐다. 그 협정은 5년 후 발효되었고, 지금까지도 유효하지만, 트럼프는 ‘강 건너 불 보듯’ FTA를 다루고 있다.
한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진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이재명 대통령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우리는 양측 모두에게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양측이 상대방에게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은 “한국에 대해 미국을 위협하는 고립된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에 맞서는 귀중한 군사 동맹국”으로 여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무능한 미국의 지도력을 이용하는 무임승차자(freeloader)로 여기고 있다. 첫 임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개정된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horrible deal)이자 ”힐러리 클린턴의 재앙“(Hillary Clinton disaster)이라며 일방통행(one-way street)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한국은 무역 협정이 트럼프 자신에게 유리한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용주의, 실용 외교 노선의 이재명 정부로서는 쉽게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베트남과 새로운 협정을 발표했는데, 이 협정은 베트남 수입품에 20% 관세를 적용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對)베트남 수출품에는 수입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베트남에서 우회 수출의 경우 4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은 이 협정을 ”극도로 일방적인 협정“(extremely one-sided deal)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에 유리한 거래라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관세를 내야 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 기업들과 오랫동안 협력해 온 소규모 미국의 가구를 판매하는 기업들의 경우, 이번 무역 협정은 단기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하게 하고,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데 수년간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다. 미국의 수입업자들이 과세 인상분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미국의 수입업체들은 해외의 수출 업자들에게 관세 인상 폭만큼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비정상적 거래이다.
트럼프는 한 국가의 부와 권력은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음으로 측정된다는 구시대적 경제 이론인 ‘중상주의’(mercantilism)를 부활시켰다.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무역 장벽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롭다는 것을 깨닫고 이러한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 자유 무역을 확대해 왔다.
11일(현지시간) MSNBC 보도에 따르면, 세금 반대 보수주의 활동가 그로버 노퀴스트(Grover Norquist)는 지난 4월에 저널리스트 스티브 클레몬스(Steve Clemons)와 함께 관세에 관한 토론 자리에서 ”무역 전쟁에서 모든 사상자는 미국의 친구들이며, 제1차 세계 대전 참호에서 모두가 다른 나라를 향해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참호에서 자기편을 향해 총을 쏘았다“고 상기시키며 트럼프의 행동을 이같이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