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적 문제’보다 ‘지정학적 문제’가 더 중요

- 대사관에 기술 담당관 배치 - 외교부의 AI 활용 능력 강화 - 무역 협정 및 다자간 포럼에 디지털 거버넌스 통합 - 신흥 경제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디지털 거버넌스 모델 적극 수출 중요성 인지 필요 / AI 적정기술의 수출 확대 - 민주주의의 미래는 AI 거버넌스에 달려 있어

2025-06-11     김상욱 대기자

“미국 외교는 시급히 적응하여, 글로벌 AI 규범을 형성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권위주의 국가에 디지털 거버넌스를 양보할 위험이 있다.”

LLC의 최고경영자이자 드폴대학교 법학대학원(e of Hendrix LLC and senior research fellow at )의 선임 연구원, 전직 외교관이자 미국 국무부 산하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해외원조 코디네이터였던 스티븐 헨드릭스(Steven Hendrix)는 10일(현지시간)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은 경제나 군사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무역로부터 난민 심사에 이르기까지 알고리즘이 더 많은 결정을 지배함에 따라, 누가 규칙을 정하느냐는 더 이상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제 글로벌 AI 규범(global AI norms), 거버넌스 모델(governance models), 그리고 인프라(infrastructure)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기술진은 앞서 나가는 반면 미국의 외교는 뒤처지고 있다는 게 핸드릭스의 주장이다.

수십 년 동안 외교 정책은 무기, 조약, 그리고 영토 분쟁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 외교는 아프리카의 예측형 치안 소프트웨어, 라틴 아메리카의 중국 감시 시스템, 그리고 권위주의 정권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사용하는 생성형 AI 도구와도 싸워야 한다.

미국 국무부의 신기술 입문서는 외교부 산하 외교연구소와 사이버공간 및 디지털 정책국과 공동으로 개발되었으며, 이러한 과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수년 동안 디지털 거버넌스 모델 적극 수출의 중요성을 인지해 왔다.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Global Initiative on Data Security)와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 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 기술 거버넌스 모델을 수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웨이(Huawei)와 ZTE는 별다른 제약 없이 저렴한 감시 및 통신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러한 도구는 교육,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소프트 파워와 함께 제공된다. 많은 곳에서 중국식 모델이 이제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말로 하면 “AI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in AI)의 적극적인 수출을 통한 영향력 확대이다.

그러나 미국 정책은 여전히 ​​분열되어 있고 외교적 역량이 부족하다. 백악관이 AI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미국 내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국제 기술 의제는 깊이와 연속성이 부족하다. 2022년 인터넷 미래 선언(Declaration for the Future of the Internet)은 개방적이고 상호운용 가능하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을 지지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었지만, 여전히 구속력이 없고 자원이 부족하다.

2022 인터넷 미래 선언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발전시키겠다는 선언 참여국들의 정치적 공약을 나타내는 것이며, 21세기가 제시하는 전 세계적인 기회와 도전에 맞서 인터넷의 가능성을 되찾아주고, 진정으로 개방적이고 경쟁, 프라이버시, 그리고 인권 존중을 증진하는 단일 글로벌 인터넷 구축을 위해 파트너국들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재차 공약하며, 이 선언의 원칙에는 다음과 같은 공약이 포함된다.

- 모든 사람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호한다.

-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증진하는 글로벌 인터넷을 촉진한다.

- 모든 사람이 디지털 경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포괄적이고 저렴한 연결성을 발전시킨다.

- 개인정보 보호를 포함하여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신뢰를 증진한다.

-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인터넷이 계속 운영되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거버넌스 접근 방식을 보호하고 강화한다.

나아가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필요한 것은 외교적 노력의 확대이다. 즉, 대사관에 기술 담당관을 배치하고, 외교부의 AI 활용 능력을 강화하며, 무역 협정 및 다자간 포럼에 디지털 거버넌스를 통합해야 한다. 또, 어느 한쪽 편을 들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안전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인프라를 원하는 신흥 경제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외교적 리더십이 없다면, 위험 부담은 커진다. 디지털 규범은 권위주의적 기본 원칙을 중심으로 굳어질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투명성, 그리고 알고리즘적 책임성은 기대보다는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생체 인식 프로필부터 공급망 물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데이터는 점점 더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설립을 주도했다. 이제 미국은 다시 한번, 이번에는 디지털 프런티어(digital frontier)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핸드릭스는 주창하고 있다. 그 시작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포기 바텀(Foggy Bottom)이다. 외교관들은 AI 거버넌스의 언어를 구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민주주의의 미래가 AI 거버넌스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