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유용(流用)은 괜찮다?

2025-05-31     이동훈 칼럼니스트

대표적인 진보 스피커로 불리는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여사 관련 발언은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발언자의 생각과 논리를 충분히 고려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유 작가가 고졸이나 노동자를 폄하했다는 해석은 일단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설마 평생 진보 운동권에 몸담아 오고, 독서량과 저술량이 대단한 그가 그런 상식 이하의 폄하를 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실제 그의 논리 구성을 보면 이 점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김어준 다스뵈이다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논리 전개는 이러했다. ▷설난영 여사가 상대 후보 부인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설난영 씨가 왜 저러는지를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고졸, 노동자 출신으로 김문수 후보와의 결혼에 의해 신분이 상승하면서 여기까지 오니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렇다. 이게 전부다.

그렇다. 고졸과 노동자라는 말은 단지 설난영 여사가 김혜경 여사를 비난한 데 대한 이유로서 성립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그가 주장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제정신이 아니라서 김혜경 여사를 비난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제정신이 아닌...” 이유로 비난한 것이라면 김혜경 여사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소고기, 과일, 초밥 등을 사는 데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괜찮다는 의미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정신이든 아니든 국민 세금을 횡령한 것을 비난한 사실을 두고 설난영이든 홍길동이든 원인 분석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는 후보자의 부인이 상대 후보 부인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나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했다손 치더라도”라는 말을 서두에 덧붙였거나, 그저 후보자 부인의 품격에 대해 말했더라면 공감이 가는 좋은 비평이 될 뻔도 했다. 그러나 유 작가는 내친김에 그 원인을 콕 찍어 분석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 아닐까?

작가(作家)의 욕심이 모순(矛盾)을 창작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