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총림인가, 사적 권력의 성역인가?”
대구 동화사 팔공총림 해제, 방만한 종단 운영과 정치권의 외면이 부른 참사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인 팔공총림 대구 동화사는 2025년 4월, 조계종 중앙종회의 결의에 따라 총림 지위를 상실했다. 2013년 총림으로 지정된 이후 12년 만의 일이었다.
이번 해제는 단순한 제도적 변화가 아니다. 수행과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할 총림이, 특정 승려에게 집중된 권한과 무책임한 운영 속에서 본래 기능을 잃은 결과이자, 종단과 정부의 구조적 무능이 빚은 종교 행정의 파산 선언이다.
부실과 독단의 온상으로 전락한 총림 운영
동화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교육기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강원과 율원은 학인 수 미달로 사실상 폐쇄에 가까웠고, 예산은 1년 새 60% 이상 삭감됐다.
그런데도 사찰 내부에서 실질적인 개혁 움직임은 없었고, 오히려 방장의 권한이 교구 운영 전반에 과도하게 개입하며 견제받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방장’이라는 명예직이 특정 인물의 사적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총림이라 부를 수 없다.
"과거의 그림자"…의현 승려 복권 이후 되풀이된 문제
과거 1994년 종단개혁 당시 멸빈 징계를 받았던 의현 승려는 2015년 승적이 복권되며 2023년 동화사 방장에 올랐다. 그 이후에도 그의 측근들이 교구장직을 독점해 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승가의 자율성과 대중공동체 정신보다 인맥 중심의 수직 구조가 우선되는 환경에서, 부실은 필연이었고 내부 고발은 외면당했다. 30년 전 종단개혁을 촉발했던 권한 독점의 구조가, 다시 같은 인물의 이름 아래 재현됐다는 점에서 불자들의 허탈감은 더 깊다.
정치권과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엇을 했는가
사찰은 종교 공간이자 동시에 국민 세금이 일부 지원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부실 회계와 교육기관 기능 상실이 수년간 지속된 사실이 감사 결과로 드러났음에도, 사찰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개입은 없었다.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다. 선거철이 되면 앞다퉈 사찰을 방문하며 표를 구걸하던 정치인들은, 정작 종교계 부실 운영에 대해서는 어떤 질책도 하지 않았다. 이런 방임과 침묵이 ‘성역화된 권력’을 키우고, 결국 신도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동화사 측의 반박과 법적 대응
한편, 동화사 측은 총림 해제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찰 측은 강원과 율원이 현재도 정상 운영 중이며, 학인 수 부족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기관 운영과 관련된 감사에서도 별다른 지적이 없었으며, 이번 총림 해제는 총무원장의 제청 없이 진행돼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동화사는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중앙종회의 총림 해제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내부의 자정 목소리…이제는 구조 개혁으로 나아가야
이번 동화사 사태는 단지 종단 지도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일이 아니다. 동화사 재적승 22명으로 구성된 ‘대중회의’는 총림 해제를 환영하며 집행부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가처분 소송이 아닌, 참회와 수용”이라고 밝혔다.
승가의 정신은 법적 다툼이나 지역 언론 광고로 설득되는 것이 아니다. 진실에 대한 겸허한 수용과 공동체 결정에 따르는 수행적 자세만이 사태를 치유할 수 있다.
총림 해제, 끝이 아닌 출발이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종단 내 권력 집중의 위험성과 교육 기능 부재의 문제를 직시했다. 그러나 총림 해제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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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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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주지 권한 분산과 운영 투명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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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의 종교 지원금 관리 및 감사 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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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사찰행사 참여 기준 명문화 및 공적 책임 부여
동화사 사태는 '한 사찰의 몰락'이 아닌, 불교계 전반에 던지는 구조개혁의 시그널이다. 총림이 사적 권력의 성역이 되는 순간, 불교는 대중과 멀어진다. 정부가 침묵하고 정치가 외면하면, 결국 불자들만이 다시 종단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30년 전 그랬듯이, 진짜 종단개혁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