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AI 제조업”의 경쟁과 미래
- 한국, ‘세계 3대 AI 강국’ 목표, 중국 요인과 인구 감소 문제 극복에 AI 제조 필수 - 중국, 미국 제치고 세계 기술 지배력 강화 테크노폴라(technopolar) 야망
“한국과 중국의 AI(인공지능) 기반 전략(AI-driven strategies)은 동아시아의 제조업 지배력을 강화해, 서구와 글로벌 사우스의 리쇼어링(reshoring) 야망에 도전을 하고 있다.”
외교전문 매체인 ‘더 디플로매트’는 23일(현지시간) 이같이 말하고, “AI는 우리 시대의 가장 주요한 기술로, 경제와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으나, 생산적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AI구현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다”며 “일부 국가는 안보와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 속에서 AI 도입 여부를 여전히 논의하고 있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국가적 야망을 재정비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의 경제 및 산업 환경을 선도하기 위해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속도와 규모로 제조업에 AI를 도입하고 있는 지역”이며, “이러한 빠른 도입은 서구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생산 방식 전환 노력 속에서 동아시아가 제조업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계 제조 강국인 중국은 제조 분야에서 AI 활용 측면에서 어느 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다국적 기업 샤오미(Xiaomi, 小米)는 AI,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oT)으로 인간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동화 공장인 “소등 공장(암흑공장-暗黑工厂 : Dark Factories)"을 운영, 1초당 스마트폰 한 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애플을 능가하는 속도이다.
이러한 자동화는 인력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그 결과, 샤오미는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에서 시장 점유율 상승에 힘입어, 최근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 스마트폰 판매 기업으로 도약했다.
샤오미의 성공은 비단 샤오미만의 사례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중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제조 분야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의 비야디(BYD)는 전기차(EV) 생산 및 판매에서 테슬라를 앞지르고, 바이두(Baidu, 百度)는 시장 진입 시기가 늦었음에도, 가격 면에서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인 알파벳 산하의 자율주행차 웨이모를 앞지르고 있다.
중국은 공장 전반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2025년 2월 기준 3만 개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으며, 그중 1,200개는 선진형, 230개는 우수형으로 분류된다.
중국의 빠른 AI 도입에 이어, 동아시아의 또 다른 제조 강국인 한국 또한 제조 분야에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올해 4월, 대기업 LG의 자회사인 LG이노텍은 구미에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를 공개했다. ‘드림 팩토리’는 현재 AI 제조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드림 팩토리는 사람의 개입 없이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여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여 글로벌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삼성(三星), SK하이닉스, 현대(現代) 등 한국의 다른 제조 대기업들도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AI를 도입해 왔다. 이러한 조기 도입 덕분에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도입이 급증하여, 이 분야 후발주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같이 한국과 중국이 AI 제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반적으로, 두 나라의 사명 중심 전략, 탄탄한 정부-기업 협력, 그리고 사회적 지원이 결합되어 신속한 구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디플로매트는 분석했다.
* 동아시아의 ‘미션 중심 AI 배포’(Mission-Driven AI Deployment)
한국과 중국은 국제 경쟁과 국내 우선순위에 따라 형성된 AI 제조에 대한 목표 지향적 접근 방식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다른 여러 국가의 많은 정부는 아직 이 부문에 대한 일관된 장기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 아래에서 중국은 AI를 제조업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첨단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야망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이 비전은 두 가지 주요 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AI 기반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여 첨단산업 경쟁에서 주요 경쟁국인 미국을 앞지르는 것이다. 둘째, 최근 중국에서 인건비가 저렴하여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부상한 인도 및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제조업 이전 추세를 막는 것이다.
노동 가능 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 지도자들은 AI를 생산성 유지와 산업 회복탄력성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보고 있다. 이러한 비전은 ‘중국 제조’(Made in China, 中國製造)에서 ”지능형 제조“(Intelligently Made in China, 中国智造)로의 전환을 촉진했으며, 이는 중국의 제조 역량 향상에 있어 AI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신품질생산력“(New Quality Productive Forces, 新质生产力)이라는 개념에 기반한 AI 기반 제조는 세계 생산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야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중국 제조업 AI 추진은 다른 전략을 통해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경쟁하고, 잠재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AI 혁신에는 탁월하지만, AI 기술 도입에는 뒤처져 있다. 고급 LLM(대규모 언어 모델) 구축에 주력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물리적 및 산업적 AI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미국 기업 엔비디아(NVIDIA)도 이러한 잠재력을 인정했다. 제조 강국으로서 중국 지도부는 산업 AI를 글로벌 기술 리더십으로 가는 핵심 경로로 보고 있다. 어쩌면 이른바 테크노폴라(Technopolar : 기술 지배)로 세계를 장악해 보겠다는 야심일 것이다.
한국의 AI 제조 야망은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지경제적 목표(geoeconomic objectives)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첫 번째는 중국 요인이다. 중국이 AI 제조를 가속화 함에 따라 한국은 점점 더 큰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때 한국 경제의 중추를 이루었던 전략 산업을 추월하고 있거나 곧 추월할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글로벌 산업 리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세계 3대 AI 강국“(world’s top three AI powers)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조업에 AI를 도입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 요인 외에도, 한국의 인구 위기는 제조업에 AI를 신속하게 도입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앞으로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제 국가적 비상사태로 여겨진다. 따라서 제조업에 AI를 신속하게 도입하는 것은 이러한 위기에 대한 전략적 대응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한국은 ”중국 모델“을 채택함으로써 AI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모델은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LLM(대규모 언어모델) 과정 구축보다는 ‘제조업에 AI를 도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 풍부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른 국가보다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한-중, 강력한 국가와 기업 협력(State-Business Collaboration)
개발 모델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요소는 국가적 야망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 부문이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AI 제조업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한·중 양국 정부는 제조업에서 AI의 전략적 잠재력을 인지하고, 강력한 정부-기업 협력을 통해 AI 조기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대만 출신 카이푸 리(Kai-Fu Lee, 李開復)가 2018년 저서 ”AI 초강대국 : 중국, 실리콘 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AI Superpowers: China, Silicon Valley, and the New World Order)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은 AI 제조의 잠재력을 빠르게 인지하고 기업들에게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도록 신호를 보내 신속한 구현을 추진했다.
중국은 5개년 계획과 ‘중국 제조’ 사업을 포함한 주요 국가 계획 문서에 AI 제조를 포함시켜 과감한 전략을 추진해 왔다. 나아가 국가-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최고 수준의 정책 지침과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는 ”AI 플러스 이니셔티브“(AI Plus Initiative)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도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미래 성장이 AI 기반 스마트 제조에 달려 있다는 초기 신호를 기업들에게 보냈다. 한국은 2014년부터 스마트 제조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지만, 중국이 정부-기업 협력을 통해 AI 제조를 가속화함에 따라 한국 또한 노력을 강화했다.
2020년 한국은 강력한 정부-기업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2025년까지 최첨단 ”5G+AI 스마트 팩토리“ 1,000개와 ”K-스마트 등대공장"(K-Smart Lighthouse Factories) 100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협력 강화는 문재인 정부(2017~2022)의 디지털 뉴딜부터 윤석열 정부(2022~2024)의 국가 AI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부에서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 왔다.
한국과 중국은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민간 부문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서구의 다른 많은 신자유주의 규제 국가들과도 차이를 보인다. 두 나라 모두 AI 제조 분야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민간 부문의 AI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별도의 직접 자금 조달 체계를 마련했다. 이러한 지원의 가장 최근 사례로는 중국이 도입 가속화를 위해 82억 달러(약 11조 2,176억 원) 규모의 AI 기금을 조성한 것이 있으며, 한국은 제조업에 AI를 신속하게 통합하기 위해 75억 달러(약 10조 2,6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기금은 보험, 저금리 대출, 그리고 주식 투자를 지원한다.
한국과 중국이 제조업에 AI를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해 제공하는 지원은 자금 지원뿐만이 아니다. 민간 부문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특정 니즈(Needs)를 충족하는 등 포괄적인 지원 생태계 구축 또한 중요하다. 여기에는 인프라 개발, AI 인재 양성, 맞춤형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산학연의 강력한 협력이 포함되며, 이 모든 것은 AI 제조 분야에서 자국의 우위를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 AI 기반 혁신에 대한 치밀한 사회적 준비 및 지원
한국과 중국은 AI 구현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다른 나라와 달라 두 나라 모두에서 AI 제조가 가속화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중국 공산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정부의 신기술 도입 계획을 대체로 수용한다. 이는 AI에도 해당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AI를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중국의 국력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진핑 정부의 엄격한 사회 통제 덕분에 국가와 기업 모두 제조업에 AI를 신속하게 구현할 수 있다. 중국의 방대한 제조 데이터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을 광범위하게 수용함으로써 생성된다. 서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쇼핑, 결제, 교통 등 일상생활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더욱 신중한 경향이 있다.
정치 시스템이 중국과는 다른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 국민들 역시 경제와 사회 모두에서 AI의 신속한 도입을 지지한다. 실제로 한국의 여론은 AI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를 자주 제기하며, 정부가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반국가주의가 만연하고 정부 주도의 디지털 기술 도입이 사생활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지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대조적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방대한 디지털 및 제조 데이터는 AI 서비스를 포함한 기술 도입의 빠른 확산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이다.
AI 관련 일자리 안정성에 대해 전 세계가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에서는 AI가 빠른 속도로 도입될 경우, 미래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일자리 안정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AI의 긍정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러한 우려를 상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과 중국은 AI를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AI 경제에 대비한 인력 양성을 위해 AI 리터러시 프로그램(AI literacy programs : AI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 서구와 글로벌 사우스의 제조업 리쇼어링 야망에 대한 도전
동아시아의 제조업 분야에서 AI의 빠른 도입은 서구와 글로벌 사우스 신흥 경제국들이 동아시아에서 벗어나 자국으로 생산 구조를 재편하려는 노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과 중국을 필두로 동아시아는 세계 제조업을 주도해 왔다. 이는 현대사에서 매우 독특한 현상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다른 어떤 지역도 이처럼 오랫동안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잃어버린 제조업 기반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러한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았고, 유럽 연합(EU) 내에서도 여전히 주요 정책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가 제조업에 AI를 도입한 속도와 규모를 고려할 때, 서방 국가들이 리쇼어링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디지털화와 AI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AI 제조 분야 급속한 발전은 중국과 동아시아의 현재 주도권을 대체하여 차세대 글로벌 제조 허브로 도약하고자 하는 인도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글로벌 사우스 신흥 경제국들에게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강력한 정부-기업 협력과 AI 구현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을 바탕으로 국가 주도의 야망을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많은 글로벌 사우스 경제권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연계가 거의 부재하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AI 제조업의 성장은 새로운 AI 기반 기술 시대에 세계 산업의 균형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정부는 앞서 언급한 ‘테크노폴라’를 향해 나가면서,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는 미국식 대규모 첨단기술 개발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에 맞는 ‘적정 AI 기술’(AT=appropriate AI technology)을 중국에 앞서 배포(deploy)해 시장 선점을 할 수 있는 전략과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