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의 정치학: 윤석열의 선택과 대한민국 보수의 운명

자유의 이름으로 떠나는 전직 대통령, 그리고 무너지는 정당의 민낯

2025-05-17     이강문 대기자

2025년 5월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했다. 짧지만 파란만장했던 그의 정치 여정에서 이 탈당은 단순한 결별이 아니라, 한국 보수 정치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대다수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는 명분 있는 전략이 아니라, 책임으로부터의 이탈로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지금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단초를 제공했다면, 그에 앞서 이 정당은 이미 지도력 상실과 방향성 혼란으로 표류 중이었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0%의 정당 지지율로 추락했고, 민주당은 48%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는 과반 지지율을 넘기며 ‘비경쟁 구도’의 중심에 서고 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당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한 29%에 머물렀다.

그 격차의 배경은 단순한 인기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로의 정비를 마치고 내부 결집을 완성한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국면임에도 ‘비협조’ 혹은 ‘방해’에 가까운 인물들로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선거와 거리를 둔 채 사실상 중립을 선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대선과 관련한 뚜렷한 발언 없이 ‘관망’ 중이다. 특히 한동훈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로서 책임 있는 자세보다는 거리 두기를 택했고, 유승민·원희룡 등 중진급 인사들은 연일 비판과 반기를 던지고 있다.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침묵’이나 ‘자기표현’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총체적 위기 앞에서 리더급 인사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당의 공조 체계가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거는 팀플레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팀이 아니다. 선거판의 중앙에 서 있어야 할 주요 인물들이 오히려 뒤에서 판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이재명이 아닌, 김문수가 아닌 ‘국민의힘 자체’가 유권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진짜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선언은 본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 했지만, 그 자유와 주권은 당 내부조차 하나로 만들지 못한 지도자의 고립을 감추는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탈당이 전술이라면 너무 늦었고, 양심의 발로라면 너무 부족하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직격 비판은 이 상황을 가장 날카롭게 요약한다. “부정선거 망상에 빠져 이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이 자유, 법치, 주권, 행복, 안보를 운운하는 것이 역겹다.” 정치적 표현으로는 강하나, 유권자 다수의 정서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윤석열과 김문수, 친윤 진영은 국민의힘을 장악했지만 이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내부를 갈라놓고 외부로부터는 신뢰를 잃는 이중의 실패를 겪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조직의 일사불란함과 메시지 통일성을 통해 ‘실용적 결집’을 이뤘다. 5년 전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분열됐던 보수 유권자층은 지금도 뚜렷한 대표를 갖지 못한 반면, 민주당은 탄핵에 이어 검찰개혁, 공정과 정의 등의 메시지를 일정하게 끌고 오며 ‘적어도 혼란하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이것이 곧 ‘선거는 감정의 싸움’이라는 진리를 입증한다.

선거판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남은 변수는 이재명이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느냐, 김문수의 지지율이 30% 아래로 추락하느냐는 수준에 이르렀다. 60세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가 결집하지 못한 탓이다. 윤석열의 탈당이 아무리 정치적 감정을 호소한다 해도, 이처럼 분열된 내부를 외면한 채 자유만 외치는 선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정당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 회복이다. 공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리더, 당보다 자신을 앞세우는 정치인, 그리고 선거에 책임지지 않는 주변 인물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국민의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의 탈당은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조직 붕괴의 경고음이다.

정치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국민의힘은 선택만 있고 책임이 없는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 참패 가능성을 진정한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그 답은 이제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 투표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