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동 비즈니스 열중 ‘이스라엘은 뒷전’

2025-05-14     김상욱 대기자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친족 기업들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두바이(Dubai) 등과 대규모 비즈니스에 몰두하느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정상화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리야드 방문에 이어 카타르와 UAE를 순차 방문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공식 수교는 “꿈”이지만, 사우디가 자체적인 시간에 맞춰 그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며 짐짓 ‘사우디의 주권적 자유를 존중’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속셈은 중동지역에 대규모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사우디 존중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13일 사우디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경제 및 방위 협정을 잇따라 체결했다고 공개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언급은 쏙 빠졌다. 인생 자체가 ‘거래(deal)’라고 말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 우선주의’가 작동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이른바 “국교 정상화” 추진이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의 지역 정책의 핵심이지만,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곳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고 말한다.

싱크탱크인 아랍 걸프 국가 연구소(Arab Gulf States Institute)의 비상주 연구원인 안나 제이콥스(Anna Jacobs)는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이스라엘 정상화라는 사전 조건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주요 협정을 추진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특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대해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는 미국이 사우디에 첨단 무기를 판매하는데 이스라엘의 눈치에서 다소 벗어나 보다 수월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한 시간 벌기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 시간의 부적절

베이커 연구소(Baker Institute) 중동 연구원인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Kristian Coates Ulrichsen)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국을 위한 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바이든이 협상 중재에 중점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협정을 체결할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코츠 울리히센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마침내 현시점에서 정상화 협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정상화에 긍정적이던 사우디가 돌아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아랍 국가 간의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고,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와는 별개로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관계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으며,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강화 하고, 점령된 서안 지구에 불법 정착촌을 확장해 “2국가 해법”(a two-state solution)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협정의 명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브라함 협정에 추가하는 것을 중동 정책의 초점으로 삼았고, 미국 관리들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격화되던 시절에도 행정부의 마지막 순간까지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이든은 증거도 없이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이슬람 정파(政派) 하마스(Hamas)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합의를 좌절시키기 위해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그런데도 바이든은 퇴임 하루 전 자신의 중동 정책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모든 아랍 이웃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정상화와 통합을 위한 미래”를 위한 기회를 만들어냈다고 자랑했다.

* 하지만 “테이블에서 벗어나다”

미국 관리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결코 실현되지 않은 바이든의 협상은 리야드와 워싱턴 간의 안보 협정을 가져오고, 이스라엘과 정상화의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핵 프로그램을 수립하도록 미국이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추진에 있어 주요 걸림돌은 2002년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Arab Peace Initiative)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지가 널리 알려진 것인데, 이는 이스라엘의 인정이 실행이 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조건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극우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평화를 위한 토지”(land for peace)라는 틀을 단호히 거부하고, 대신 팔레스타인을 거치지 않는 아랍 국가들과의 거래를 추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완전히 소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랍 걸프 국가 연구소의 제이콥스는 “이스라엘 정부는 ‘2 국가 솔루션’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입으로 말하는 것조차 꺼리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정상화를 진지하게 고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제이콥스의 말대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이해한 것 같다.

트럼프는 리야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안보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1,420억 달러(약 201조 원) 규모의 이 거래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기업으로부터 ‘최첨단 전투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우디 군사 아카데미와 군 의료 서비스의 강화를 포함하여 사우디 군대의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광범위한 훈련과 지원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을 즐겁게 바라보고만 있을 이스라엘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

무기 및 훈련 거래는 이스라엘과의 협정의 일부로 포함되었을 수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상호 방위 협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거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된 미국 지원 당근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코츠 울리히센은 “오늘 발표는 사우디와 미국의 안보 및 방위 이익 간의 연계를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 그렇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 고조될까?

트럼프가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파괴적인 전쟁을 계속할 뿐만 아니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이뤄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 전쟁으로 52,9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조지타운 대학의 방문 학자(a visiting scholar) 칼레드 엘긴디(Khaled Elgindy)는 “리야드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잔혹 행위를 ‘대량 학살’(Genocide)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엘긴디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가감 없이 말하고 있다. 숨길 생각도 없다”면서 “이스라엘을 대량 학살 혐의로 고발한 후, 이제 와서 이스라엘과의 정상화로 나아갈 수는 없다. 그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후,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 장례식에 참석한 이후 대통령 임기 중 첫 해외 순방 일정으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방문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코츠 울리히센과 다른 사람들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미국-이스라엘 동맹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스라엘이 여전히 갈등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걸프 국가들과 상업적, 전략적 관계를 심화하는 데 훨씬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스라엘 제외되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군사적, 외교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부 간의 긴장은 최근 몇 주 동안 더욱 두드러졌다.

이스라엘 지도자 네타냐후가 테헤란과의 협상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 이란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회담을 확정했다.

지난주 미국 대통령도 후티 반군과의 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합의에는 예멘 후티 반군의 이스라엘 공격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13일 리야드에서 연설하는 동안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향해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목적의 캠페인의 일환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자들과 협력하여 이스라엘 군에서 복무하다 2024년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당시 하마스에 납치된 미국 시민 에단 알렉산더(Edan Alexander)의 석방을 확보했다.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 회담에서 제외됐다.

* 또 다른 비전은 ?

조지타운 대학의 엘긴디는 표면화된 긴장 상태가 단순한 “길 위의 장애물”(bump in the road)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과 기아 작전을 강화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대학 캠퍼스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을 계속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이스라엘을 거르고 국교 정상화의 우선순위를 낮춘 것은 그가 이 지역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추구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지역의 지도자들을 칭찬하며, 그들이 “서로 다른 국가, 종교,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폭격해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도시를 건설하는 중동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미래는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바와는 맞지 않는 듯하다. 이스라엘은 가자, 레바논, 시리아, 예멘을 포함한 지역에서 장기 폭격 작전을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패권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