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상징 미 항공모함, 후티 반군엔 무용지물 ?

- “첨단기술 vs 적정기술”처럼 ‘적정한 힘 vs 강력한 힘’의 차이 인식해야

2025-05-04     김상욱 대기자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는 막강한 군사력이나 무력적 억지력을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여러 약점이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나라이다. 중동 아라비아반도 남쪽에 있는 예멘은 가장 힘이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물며 예멘의 후티 반군은 더더욱 국가도 아니어서 더욱 힘이 없다.

강력한 무력의 힘이 있는 미국이 후티 반군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자다 위의 한 나라인 양 그 위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러한 위력이 후티 반군에겐 무용지물(?)인 것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힘에 의한 평화 만들기의 허점을 살펴보면, 첫째 무기 경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작용과 반작용 논리처럼 상대 국가도 위협을 느껴 자기방어를 위해 군사력을 강화시킨다. 따라서 군비 경쟁이 일어나고, 긴장 고조에 오히려 전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냉전 당시의 미국과 옛 소련 간의 핵무기 경쟁이 이를 잘 보여준다.

둘째로 진정한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 “공포에 의한 균형”(balance by fear)일 뿐 근본적인 갈등 해결이나 상호 신뢰 형성은 강 건너 불빛이다.

셋째로 힘에 의한 평화는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한다. 군사력 유지를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이는 복지, 교육, 의료 등 다른 중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로는 ‘힘의 남용 가능성’(the possibility of abuse of power)이다. 강대국이 자기 이익을 위해 ‘힘을 통한 평화’를 구실로 개입하거나 침략을 정당화할 수 있다. 미국의 아들 부시 정권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며 힘을 남용,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WMD는 없었다.

또 힘에 의한 평화 주장은 ‘도덕적 정당성의 문제’가 있다. 평화를 무력으로 유지하겠다는 논리는 결국 “힘이 정의”(Justice is Power)라는 주장과 맞물리며, 국제사회에서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

힘에 의한 평화 주장은 단기적으로는 억지력을 가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갈등의 심화, 신뢰의 상실, 불안정성 증대 등 여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의 강대국 미국은 왜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는가? 시대의 부조리(absurdity of the times)를 간과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로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와 그 동료들은 “미군이 마치 세계 패권을 장악했던 1995년인 것처럼, 2025년에도 같은 인식으로 도일한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아쉽게도 2025년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시기이다.

미국의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최근 글에서 ”미국 해군은 자랑스러운 니미츠급(Nimitz-class) 핵 추진 항공모함인 USS 해리 S. 트루먼(USS Harry S. Truman)호를 예멘 해안에 정박시켜 놓고, 전 세계가 볼 수 있도록 비행갑판에 거대한 “Kick Me”(나를 걷어차 줘) 표지판을 붙여 두었다“면서 ”이는 바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하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힘이 있는 미국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설치한 표지판이지만, 힘이 약한 후티 반군이 오히려 ‘나 잡아 봐라’(Catch Me)하는 표지판을 패러디한 것처럼 보인다.

* 후티족의 침략 역사

2024년 후티 반군의 대함 탄도 미사일(ASBM)이 USS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USS Dwight D. Eisenhower)의 비행갑판에 위태롭게 근접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이후 후티 미사일이 항공모함으로부터 축구장 두 개 거리까지 접근했음을 조용히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미 해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EW)가 임무를 마치고 트루먼호로 귀환하던 중 홍해 상공에서 인근 유도 미사일 순양함 USS 게티스버그호의 아군 사격으로 격추되면서 다시 한번 혼란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자세한 경위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일부에서는 게티스버그호 승무원들이 그토록 과격했던 이유가 후티 반군이 항공모함 전투단을 향해 끊임없이 미사일 공격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2024년 여름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한 유도 미사일 구축함의 함장은 미 해군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홍해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이는 놀라운 인정이다. 특히 후티 반군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경쟁 세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는 후티 반군을 사막에 숨어 사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3류 테러 집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은 이러한 이미지를 재평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게 인터레스트의 글이다.

*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후티족에 대한 전략을 바꾸지 않을가?

워싱턴이 후티 반군에 대한 전반적인 전략을 재고해야 할 지금보다 더 중요한 순간은 없었다. 결국, 미군 항공모함은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전쟁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미국인들만은 아니다. 미 항공모함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마다 후티 반군은 대함전 능력을 향상시킨다. 작용과 반작용은 기술 경쟁을 촉발시키고, 아이디어도 창출시킨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이 첨단 위성 기능’을 활용하여 후티 반군에 실시간 정확한 표적 측정 데이터를 제공하고, 후티 반군은 이 데이터를 미 항공모함 격침에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이 생겼다. 이번 주 초, 해군은 USS 해리 S. 트루먼 호가 홍해에서 항해 중이던 중 F/A-18 E/F 슈퍼 호넷(F/A-18 E/F Super Hornet) 한 대를 바다에 빠뜨렸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미 해군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더 자세한 정황은 곧 드러났다. 후티 미사일이 항공모함의 방어선을 관통하여 항공모함 승무원들이 극단적인 회피 조치를 취해야 했던 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트루먼 호는 갑판에서 항공기를 예인하던 중 급선회하여 실수로 항공기를 바다에 빠뜨렸다.

물론 진짜 논란은 후티 미사일이 애초에 방어선을 돌파했다는 사실에 있다. 미사일이 너무 가까이 접근해서 항공모함은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만약 미사일이 목표물을 찾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 항공모함이 침몰하지 않았더라도 비행갑판은 완전히 파괴되어 몇 달, 심지어 미국 조선소의 상황을 고려하면 몇 년 동안 작동 불가능했을 것이다.

* 오늘날의 치열한 전장에서 미군 항공모함은 쓸모가 없다.

후티 반군이 미군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능력이 확실히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전임자들이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군사 전략을 예멘에서 사용하는 이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모함을 홍해 주변에 배치하고, 후티족의 함선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끝없는 공습을 실시함으로써, 미국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바이든의 사례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지도자들이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항공모함을 숭배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리고 워싱턴이 후티 반군과의 전투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즉 이 전투에서 항공모함에 대한 의존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후티 반군은 항공모함을 전멸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항공모함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하면, 미국의 남은 군사력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이같이 힘에 의한 평화 주장은 원하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를 보고 칼을 빼다“는 참으로 속 좁은 인식과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힘의 상징 칼이 아무리 많아도, 하찮아 보이는 모기들의 기습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 첨단기술과 적정기술 활용처가 다르듯, 힘의 사용처도 적절한 힘이어야 한다. 강한 힘이 모든 승리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