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 '아직 계류 중'…중국의 정보 수집은 멈추지 않는다
중국은 드론만 띄워도 간첩죄…한국은 무전기 소지 촬영에도 ‘법 공백’
10대 중국인 고등학생들이 한미 군사시설 및 주요 국제공항 주변을 돌며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무전기까지 소지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가 안보를 겨냥한 조직적 정보 수집 활동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할 법적 기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국회는 간첩죄 확대 적용을 위한 형법 개정안을 계류 중이다.
2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0대 중국인 A씨와 B씨는 지난달 21일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무단 촬영을 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각자 고성능 망원렌즈가 장착된 DSLR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특히 무전기 2대까지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평소 비행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들이 지난 달 18일 입국 후 촬영한 장소는 수원 공군기지, 평택 오산 공군기지(K-55), 평택 미군기지(K-6), 청주 공군기지 등 한미 군사시설 4곳과 인천·김포·제주 등 국제공항 3곳에 달한다. 촬영 대상은 전투기, 관제시설, 이착륙 장면 등 민감한 군사 정보였으며, 촬영 사진의 분량은 수천 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무전기 감정을 의뢰하고, 군부대 무전 도청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A씨는 "아버지가 중국 공안 소속"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A씨와 B씨의 그간 행적 조사는 대부분 마무리 지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전송하는 등 유포한 행위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이와 같은 행위가 중국 내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중국은 2023년 7월 전면 시행된 ‘반간첩법’을 통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 수집 행위 전반”을 간첩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단순 촬영은 물론, 드론 비행, 지형 분석, 통신기기 소지도 엄중하게 처벌 대상이 된다.
중국에서는 2023년 쓰촨성에서 미국인이 드론으로 군사훈련장을 촬영했다가 간첩죄로 기소되었고, 2021년에는 일본인 회사원이 시안 군사시설 근처에서 촬영하다 수개월간 구금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 형법 제98조 1항에는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항에는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에 포함된 적국의 범위가 북한에 한정돼있어 현행 간첩죄 적용 대상을 북한에서 외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것은 단순한 법률 미비가 아니다. 정교한 기획성, 반복된 행위, 장비의 수준, 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확인된 상황에서조차, “취미였다”는 진술만으로 사건이 종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 경계망이 허술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군사시설 외곽 촬영이나 무전기 소지는 단순한 장난이나 취미로 볼 수 없다”며, “정보전이 일상이 된 시대에 대응하려면, 법률 역시 그 수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