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과 유럽의 ‘극우’ 약진
- 프랑스와 독일 등 영향력 국가의 ‘극우’에 매몰되지 않기를
독일의 나치를 낳은 교훈으로 ‘극우 정당’을 금기시해 온 독일에서도 여론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최근 실시된 독일 연방의회(하원) 선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대패했다. 대신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가 제1당이 되긴 했지만, 미국의 정부 효율부(DOGE) 수장이라는 일론 머스크가 적극 지지를 보낸 극우성향의 독일대안당(AfD)가 약진 20%를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따라서 CDU과 CSU는 연정을 통해 간신히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원활한 국정 운영이 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fD가 득표율로 보면 제2당으로 도약했다는 점이다.
극우 정당인 AfD는 배외주의(排外主義, xenophobia)를 신봉하고 있다. 즉 외국 사람이나 외국의 문물 등을 배척(排斥)하는 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미국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 보호주의 등과 맥을 같이하는 독일판 트럼피즘(Trumpism)이라 할 수 있다.
극우 정당의 약진 배경에는 독일 경제의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량 부족, 독일 경제의 상징이라 할 자동차 산업의 부진 등으로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 같은 경기 침체에 생활고, 빈부격차 확대 등에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쓸 수 없는 정부가 날카로운 비판의 수용체가 됐다. 이민·난민 유입 증가를 앞두고 ‘배외주의적’(xenophobic)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선거에서는, 옛 동독의 공산주의 정당의 흐름을 묶는 “좌파당” 역시 신장세를 보였다. 극우 AfD와 좌파당 모두에 대한 지지 확대는 전후 독일을 이끌어 온 온건한 2대 정당의 쇠퇴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기성 정당을 비판하는 극우 세력은 프랑스를 포함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대두되고 있으며, 그 흐름이 이번에 독일에도 파급된 형태다. 독일은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연합(EU)의 핵심적 국가이다. 지역을 안정시키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나라이다.
독일의 중도 우파 새 정부는 배외주의 기치의 AfD를 원활하게 포용·억제해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요구이다. 정치적으로 국민의 불만에 대처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포퓰리스트을 배제하고, 인종차별적 배외주의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 건전한 중도 우파 정권이 기대된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이번 선거에서 AfD에 대한 지지를 공언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행동은 간과할 수 없다. 내정 간섭 뿐만 아니라 주권 침해 요소가 자칫 글로벌하게 확산될 경우 기존의 국제 질서는 무너지고, 강성 일변도의 자국 중심주의 국가로의 변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게다가 장기 독재 집권을 위한 도구로 이용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요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으로 고통 속의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의를 피해국 당사자 우크라이나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유럽 국가들을 배제하고 진행하려 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큰 지원국이며, 국제 질서에 입각한 교섭이 되도록 국제사회는 연대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발(發)로 세계는 지금 강대국의 논리가 판을 치면서, 각국에서 자국 제일주의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각자도생의 길이 살길이라며 생존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상호 연대와 협력으로, 세계 분열의 속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 멈출 수 있는 국제정치적, 지정학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세계 슈퍼 강대국 트럼프의 일방적 독주를 방기할 경우, 세계는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 내던져질 우려가 있다. 국제적 연대를 통해 그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