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감사원, 선관위 감찰 권한 없다”… 채용 비리 감사 제동
헌법재판소가 27일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력 관리에 대한 직무감찰을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를 둘러싼 채용 비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헌재는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서 만장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감사원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기관으로서 그 감찰 범위가 행정부에 국한된다”며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한 “대통령이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임명하는 구조상,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할 경우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2023년 5월,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촉발됐다. 당시 선관위는 자체 조사를 실시한 후, 문제를 일으킨 간부 4명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그러나 감사원도 같은 사안을 감사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선관위는 “독립성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협조 거부를 문제 삼으며 직무감찰을 강행했고, 선관위는 결국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앙선관위 및 전국 선관위에서 진행된 291건의 경력직 채용에서 모두 규정 위반이나 비리가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가 진행한 167건의 경력채용에서 662건의 규정 위반이 확인됐으며, 중앙선관위도 같은 기간 124건의 채용에서 216건의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허술한 채용 절차 속에서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부정행위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내부위원만으로 면접위원을 구성하거나, 채용 공고조차 내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채용 비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수사 의뢰를 했으며, 감찰을 통한 선거관리 독립성 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이 선관위의 독립성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채용 비리에 대한 감사원의 감찰까지 막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관위의 내부 감찰만으로 충분한 자정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으며, 이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