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메모 원본 없을 개연성?

2025-02-20     이동훈 칼럼니스트
홍장원

사람의 기억은 연상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 점에서 홍장원 국정원 전 1차장의 메모에 대한 주장은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홍장원은 애초에 자신이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체포자 명단을 메모했다고 말했다가 최근 다시 사무실에서 작성했다고 번복했다. 오래 지나지 않은 기억에서 공간과 행위에 관한 사실은 혼동되기 어려운 요소다. 국정원 CCTV와 맞지 않는다는 폭로가 나오자 그는 메모 장소에 대한 진술을 즉시 번복했다.

특히 정보기관 공작원으로 오래 일한 사람은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일에서 매우 치밀하고도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기억이 흐려지거나 오인될 개연성이 끼어들 틈이 없도록 철저하게 훈육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작관이나 공작원이 아니다. 그런 그가 기억을 번복한 점에서 이 문제의 메모 원본은 자신이 직접 작성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는 심지어 메모 원본을 버렸다고 말한다. 정보를 다루는 전문가로서는 하기 힘든 변명이다. 그리고 메모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이 또한 덧칠된 정보는 정보가치가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서는 궁색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메모가 담고 있는 정보의 실체가 사실과 다르게 오염됐다는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그의 메모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한 기억이나 기록으로부터 나온 게 아니라 모종의 공작 의도로부터 시작되었을 개연성을 의심할 수 있다. 체포 대상자 이름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체포 대상인지, 아니면 위치추적 대상인지, 또는 체포와 관련된 주변 메모들이 추가되는 과정에 모종의 의도가 개입되었을 개연성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 메모에 담긴 정보의 실체는 없거나, 처음부터 변질되었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모를 둘러싼 그의 정황 진술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보에 대해 누구보다 밝은 그로서는 “원본은 버렸다”라거나 “왼손잡이라서 글씨가 형편 없어서...”와 같은 궁색한 변명이 절박하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 CCTV 영상과도 맞지 않는 진술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재주가 많다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글씨를 잘 쓰지 못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이미 변질된 국정원을 개혁하지 않고서 이 나라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