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점심 식사는 없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에게 쉬운 나라가 아니었다. 그리고 적어도 미래 수십 년 동안 중국은 한국과 쉽지 않은 길을 가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가 곁에 있다면 신중하면서도 친밀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그렇게 대했다.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군사적으로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국가가 되었다. 이를 아는 중국은 대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국을 하대(下待)했다.
우리는 그것을 참아냈다. 단지 경제적인 이득 때문만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중화주의에 빠진 좌파 정권이 자초한 굴욕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애꿎은 한류가 직격탄을 맞았고, 기자들이 폭행을 당하거나 교민들이 구금과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에 간첩들을 잠입시키거나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정 간섭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한 시기, 코로나 등 서로 소원한 시간이 이어지면서 중국을 찾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중국과의 사이는 멀어졌다. 아니, 기약 없이 계속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반-중국 친-서방 경제 노선을 택한 우리는 의외로 견고한 성장을 유지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아예 대놓고 타이완 편을 들거나 중국에 대해 공고하는 강경 외교를 펼쳤다. 지난 국군의날 등장한 현무-5가 어디 북한을 겨냥한 것이겠는가? 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 논란하는 중국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던 시진핑의 착각은 깨지기 시작했다. 이게 망언(妄言)이 아니라면 무엇이 망언이겠는가. 그래도 시진핑의 이 망언에 일부 중국인이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명나라 때 역사만 기억하고 싶던 그들에게 갑자기 고구려 때 기억이 복원된 걸까?
냉대하면 굽힐 줄 알았던 상대가 미련 없이 제 길을 가다가 대결 자세로 돌아선 순간이다. 이미 우리가 감수한 많은 굴욕을 이제 중국이 받을 차례가 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도 거세게 반격했다.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거나 서해 섬에 군사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다는 등 대 중국 압박 강도가 무한대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한국이 타이완을 지지하는 매우 중요한 국가로 부상하도록 자초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황해를 둘러싼 어업권 침범, 원전 오염수 방출 등 이슈가 더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군사 무기든 자동차든 빅데이터든 인공지능이든 반도체 없이 가능한 게 없는 세상에 세계 최강 반도체 국가를 홀대한 외교적 빚은 갚아야 할 것이다. 이 작은 칩(Chip) 하나에 미국조차 목숨 걸고 한국과 타이완에 다가오는 시대다. 그렇지 않은가?
과연 과거처럼 중국이 안하무인 태도로 이런 복잡한 이슈들에 대응할 수 있을까? 또한 중국은 한국을 적국으로 만들어 동아시아에서 완벽한 고립 상태에 빠져드는 일을 피해 나갈 수 있을까?
지금 윤(尹) 대통령은 마치 고구려 때 당(唐) 태종을 우물 속으로 밀어 넣고 거미줄로 구사일생하게 한 연개소문처럼 공격해대니, 일부 중국인에게 그는 연(淵) 대통령으로 비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쯤 중국과의 불편한 점심 식사 자리가 다시 열릴 것인가?
기약이 없는 얘기다. 중국은 최근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우리 정부나 국민 반응은 “그 비자가 뭐라고?”라며 시큰둥하다. 앞으로도 중국과 맛있는 점심 식사는 없을 듯하다. 두 나라 외교관들 역시 서로 만나 밥을 먹은들 무슨 맛이 날까.
개방 30년 차에 노인처럼 늙어버린 중국은 동아시아의 외로운 거인으로 남을 것인가. 곁자리 북한마저 떠나보낸 시진핑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