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눈, 중동 정세 “혼란은 좋고, 전쟁은 나쁘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위해 이란에 의존하고 있지만, 헤즈볼라와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베이루트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 연구가이자 사진작가 겸 다큐멘터리 작가인 안나 레비나(Anna Levina)는 “여러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이 극적으로 확대되어 레바논에서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이스라엘과 그 주변국들 간의 전쟁이 확대되는 것은 러시아에게도 전략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푸틴의 러시아 외교 정책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대안인 “다극 세계”(multipolar world)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직접적인 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전쟁이 레바논으로까지 결정적으로 확대되면서, 최근의 위기는 세계 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이익에 어떤 의미인가 ?
국제 교류 및 협력 센터 설립자이자 싱크탱크 디고리아 전문가 클럽(Digoria Expert Club) 회원인 알렉세이 말리닌(Alexey Malinin)은 중동의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아랍-이스라엘 갈등의 지속적인 확대는 러시아에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며,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책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리닌은 “그러나 러시아의 이러한 노력은 끊임없이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주로 군사적 측면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려는 욕구에서 표현된다. 이러한 지원은 이후 레바논을 전장으로 만드는 데 사용되어, 이 지역에서 평화를 보장하려는 미국의 욕구에 대한 모든 진술을 무효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외무부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진입한 것을 비난하며, 이스라엘에 군인들을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러시아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살해도 비난하며, 이스라엘이 “이후의 격화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등이 확대되면서, 특히 이란으로 확대되면서 러시아의 목표는 단순히 더 큰 외교 정책 원칙에만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 러시아, 이란 궤도에 빠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이란으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았으며, 이는 러시아를 해당 지역에서의 테헤란의 이익과 연결시켰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중동 및 러시아 독립전문가 루슬란 술래이마노프(Ruslan Suleymanov)는 “러시아는 지난 2년 반 동안 이란과 긴밀히 협력해 왔지만, 군사 분야에서만 협력해 왔다”며, “이란 무기는 수요가 많다. 이렇게 수요가 많았던 적은 없었으며, 러시아는 이란 무기에 의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술래이마노프는 “군사 교육 및 훈련 장교들은 현재 러시아를 방문, 러시아 내에 샤헤드 드론(Shahed drones) 생산 공장을 짓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헤즈볼라 운동과 같은 중동의 이란 동맹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말리닌은 평화 구축 노력을 좌절시킨 것에 대해 워싱턴을 비난하는 반면, 술레이마노프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지역 정책은 ‘이란의 궤도에 빠진’(falling into Iran’s orbit) 직접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 러시아, 중동 혼란은 환영, 전쟁은 원치 않아
말리닌과 술레이마노프는 둘 다 “러시아가 또 다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술래이마노프는 “모스크바는 거대한 화재에 관심이 없다”며, “지난 4월에 이를 보았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이미 큰 전쟁에 돌입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 러시아는 이란 편을 분명히 들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에게 자제력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4월에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여, 이란 군 고위 지휘관을 죽인 후 폭발된 긴장 고즈를 언급하며, 이란이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여 대응한 것을 언급하고, “러시아는 중동의 혼란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입장은 이렇다. “미국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의가 산만해졌다. 그들은 중동 상황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혼란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크렘린은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술래이마노프는 말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과 상호 적대감을 공유하고 있다. 또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와 같은 공통의 동맹을 맺고 있으며,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을 개입했다. 러시아 전투기는 반군이 점유한 도시를 폭격했고, 헤즈볼라는 지상에서 맹렬히 싸웠다. 러시아는 군사 기지와 석유 및 가스 매장지를 포함, 시리아에 전략적 이익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모스크바는 테헤란에 대한 영향력을 사용하여 헤즈볼라가 시리아-이스라엘 국경에서 철수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베이루트의 러시아 연구원 레비나는 ”이스라엘과 러시아 사이에 시리아를 둘러싼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는 견해가 관찰자들 사이에 존재한다“며, ”이스라엘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기를 꺼렸다는 점을 인용“하며, ”이스라엘이 모스크바 군대가 있는 시리아 남부의 헤즈볼라 진지를 공격할 때 러시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고 말했다.
* 레바논과 헤즈볼라와 러시아의 복잡한 역사
레바논의 경우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다소 제한적이다. 옛 소련 시대에 레바논 학생, 특히 공산당원은 모스크바의 파트리스 루뭄바 대학교(Patrice Lumumba University)에 초대되었으며, 푸틴의 광고판이 시아파와 정교회 지역에 가끔 게시되는 등 현대 러시아에 대한 동정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레비나는 ”소련은 여기 공산당과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며, 그들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며, ”여기에는 레바논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과 아르메니아인도 포함돼 있다“고 말하고, ”오늘날 러시아와 레바논의 관계는 그렇게 광범위하지 않으며, 헤즈볼라와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복잡했다“고 말했다.
1975년에서 1990년까지 지속된 레바논 내전 동안 헤즈볼라는 모스크바에 압력을 가해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트리폴리의 포격을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소련 외교관 3명을 인질로 잡았다. 인질 한 명이 처형된 후 KGB는 헤즈볼라 지도자의 친척을 납치하고, 거세한 후 부속물을 전달했다, 나머지 인질들은 재빨리 풀려났다. 이 이야기는 헤즈볼라나 크렘린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동맹국들 사이에는 아직 특별한 친밀함이 없으며, 헤즈볼라가 시리아에 계속 주둔하는 것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 러시아 비상 비행기가 레바논에서 외교 직원 가족 60명을 대피시켰지만, 3,000명 이상의 러시아 국민이 여전히 레바논에 남아 있다. 같은 비행기가 식량, 의료품, 발전기를 포함한 33톤의 인도적 지원을 전달했다. 추가 대피가 뒤따를 수 있다.
한편 레비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진격을 저지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하고 점령한 것과 2006년 전쟁을 언급, 물론 매우 불쾌했지만 지상 침공은 감히 말해서 좋은 소식이었다. 이스라엘이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게 이번이 세 번째이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이스라엘은 전혀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