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간끌기 ‘소모전’과 우크라의 ‘승리 계획’

2024-09-29     김상욱 대기자

현대전에서는 ‘단칼 승부’(a quick victory)는 쉽지 않다. 각종 무기, 전술적 다양성, 경제적 이유 등 하이브리드 성격의 전쟁은 의외로 단칼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최근 두 개의 전쟁에서 알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나 유럽의 단기전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이 장기전을 치달으면서 소모전 양상을 보이며 미국이나 서방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여러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러시아가 굴복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핵무기 사용을 만지작거리며 위협하고 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의외로 1년 가까이 돼 가고 있다. 역시 무기의 힘만으로, 경제력만으로는 단숨에 전쟁을 끝낼 수 없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키이우가 러시아 내 장거리 공격에 대한 서방의 승인을 원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우크라이나에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일정의 설득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심층 타격’(deep stikes)에 녹색불을 켜줄까? 이는 이번 여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책 입안자들을 괴롭혀 온 질문이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에 크게 국한돼 왔다. 이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9월 18일에 토로페츠(Toropets)의 무기고에 대한 엄청난 드론 공격이었다. 하지만 키이우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러시아에 장거리 미사일(300-400km)을 발사할 수 있는 허가를 원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 심층 타격과 새로운 무기를 포함한 이른바 “승리 계획‘(Victory Plan)을 제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최근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을 방문해 키이우에 대한 녹색 신호를 승인했다. 폴란드, 발트 3국, 스웨덴, 핀란드를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는 영국을 지지했다. 반면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는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 순항 미사일(Taurus cruise missiles)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 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장거리 공격 승인의 비용, 위험, 이점을 고려하면서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Uppsala University)의 러시아 및 유라시아 연구소의 제휴 연구원이자 노르웨이 지정학 센터(Norwegian Geopolitics Centre)에서 이란-러시아-중국 협력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매튜 블랙번(Matthew Blackburn)는 데자뷰의 감각이 있다면서, ”우리는 이 전쟁 내내 서방 무기 공급에 대한 유사한 ’사가‘(sagas)를 보았다. ’사가‘란 중세 스칸디나비아 문학의 전설·영웅담이며, 길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말한다.

하이마스(HIMARS :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차, 에이태킴스(ATACMS : 전술탄도미사일), F-16 전투기를 보내는 데 주저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매번 미국과 독일은 시간을 질질 끌다 나중에야 합의에 난색을 표하는 등 애매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각각의 경우, ’그럴까 말까‘라는 몸짓의 긴장은 맨 끄트머리에서나 해소된다. 어찌됐던 우크라이나는 무기를 얻고 사기가 고조된다. 그러나 시간은 우크라이나에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런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우크라이나를 국내외 뉴스에 올려놓기는 하지만, 군사적 전략적 측면에서는 성공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너무 적게 주고 너무 늦게 주는 것(Giving too little, too late)”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노력에 대한 서방의 기능 장애 지원의 반복적인 주제였다.

우선 NATO 무기 체계는 비싸고 공급이 부족하다. 우크라이나에 조금씩 공급한다는 것은 그것들이 산발적이고 우유부단한 방식으로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속도가 필요한 때에도 우유부단, 지연, 소량이라는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접근 방식은 러시아에 서방 무기를 연구하고, 기술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샌드박스 환경(sandbox environment)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자신들을 상대로 배치된 NATO 무기의 물결에 적응한 채로, 끈기 있고 체계적인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징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게 매튜 블랙번의 진단이다. 키이우는 ’심층 타격‘에 대한 허가를 주장하며, 이것이 조류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의 서방 세계의 움직임은 젤렌스키의 주장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판단과 계산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심층 타격의 효과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스톰 섀도우(Storm Shadow)와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300km이다. 이들은 대규모 전략적 폭격으로 러시아의 군-산업 중심지, 에너지 시스템 또는 더 넓은 전쟁 수행 능력을 위협할 수 없다.

그러나 전술 및 작전 수준에서 이러한 타격은 러시아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수는 있다. 이러한 미사일은 최전선의 물류 후방에 있는 러시아 기지, 공급 창고, 운송 및 에너지 시스템을 타격할 수 있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자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에서 러시아의 빠른 진전을 방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정말로 러시아를 충분히 오랫동안 늦출 만큼 이런 값비싼 미사일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을까 ? 그리고 이것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그리드를 계속 파괴하고 인도주의적 비극이 깊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심층 타격이 우크라이나의 인구 감소 문제나 우크라이나 여단을 장비를 갖추게 하고 전선을 지킬 기본 군사 물자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시간과 선택권이 부족해지면서 확대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곧 바이든 행정부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여유를 줄지 알게 될 것이다.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은 현재의 주저함에 분노하며, 많은 사람이 이를 배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워싱턴은 더 큰 그림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심층 타격을 승인하면, 워싱턴이 열어두고 싶어하는 옵션인 평화 협상의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격화 시나리오의 판도라 상자를 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심층 타격에 대한 녹색불이 켜지면 “미국, NATO, 유럽 국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러시아는 ’적절하게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 했다. 러시아의 새롭고 덜 제한적인 핵 독트린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강력히 푸틴은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27일(현지시간) 만나 1시간 정도 이야기 했다. 앞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도 만나 지원을 호소했고 일정 정도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바이든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만남은 단순한 회담이 아니라,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는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공정한 합의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젤렌스키는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물론 아직 미국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롤 보였다. 트럼프는 앞서 젤렌스키에 대해 그가 우리 미국 돈을 빼앗아 가는 ‘최고의 세일즈맨’이라며 비아냥거렸으나, 막상 만난 자리에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와의 만난 후, ”그에게 승리 계획을 제시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우리 국민들을 위한 전쟁의 결과에 대해 자세히 논의했다“며 긍적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0조 원에 잘하는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젤렌스키가 원하는 심층 타격용 장거리 미사일 등의 묵4l 공급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앞서 언급된 대로 미국은 앞으로도 ‘너무 적게, 너무 늦게’ 공급해줄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승리계획’은 계획으로만 끝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미지수이다.

지난 9월 16일 에멘의 후티 반군은 처음으로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 중부 이스라엘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 누가 이 미사일 시스템을 공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모스크바가 후티 반군에 이스칸데르(Iskander, 사거리 400km) 탄도무기나 지르콘(Zircon, 사거리 1000km) 초음속 미사일을 보낸다면, 중동에서 대규모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홍해에 있는 미국 해군 자산은 갑자기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 침몰하면 중요한 시기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취약함에 대한 충격적인 메시지가 전달될 수도 있다. 전선은 이제 한 두 곳에서만 형성되지 않는다. 늘 취약한 곳을 찾아 상대를 괴롭히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의 전쟁 노력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지불하는 유럽인들에게 전쟁을 돌려보내려고 할 수 있다. 이는 주권 영토 밖에 있는 개별 NATO 국가의 자산에 대한 정밀 타격으로 제한될 수 있으며, 따라서 NATO 조약 제5조를 발동하지 않을 수 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 방위(collective defense) 원칙을 뜻한다.

러시아는 또 유럽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저수준의 방해 작전을 강화하고, 심지어 주요 중요 인프라를 공격할 수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물류 후방에 대한 심층 공격으로 보복하는 경우인데, 이 후방은 부분적으로 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영토에 위치하고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제5조의 발동은 결정적인 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크림반도( Crimea)에 대한 파괴적인 재래식 공격을 계속할까? 그러면 러시아가 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까? 이러한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부각될 수 있다.

매튜 블랙번은 ”다행히도 워싱턴이 이러한 위험을 파악하고, 모스크바와 협력하여 위험을 관리할 것이라는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는 러시아를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종이 호랑이로 보고 심층 공격에 열광하는 서방의 많은 분석가와 논평가를 분명히 혐오스럽게 한다“고 지적했다.

블랙번은 ”미래의 역사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자제력을 칭찬할 것“이라면서 ”세계를 두 핵 강대국 간의 예측할 수 없는 에스컬레이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켰고, 심층 공격이 승인되더“이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펼쳐지지 않을 것이나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과 그 팀의 제한적 지원 정책은 실패하고 있으며, 키이우는 그들에게 부과된 매개변수 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게 블랙번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