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조용하지만 역동적 기적의 시사점

2024-09-20     김상욱 대기자

흔히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혼합 자본주의 시스템(mixed capitalist system)이라고 한다. 미국의 겨우 이 혼합 자본주의 시스템의 균형이 어그러지면서 ’국가 통제‘ 쪽으로 이동했다. “경제도 안보”라는 이유로 국가가 통제에 나선 것이다.

국가 통제 경제는 장점도 있지만 역시 단점도 만만치 않다. 국가 지도층 이른바 엘리트층은 국가 통제 경제는 우선 자원 분배의 효율성을 내세운다. 중앙에서 관리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해 경기 변동을 완화할 수 있고,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엘리트들은 또 사회적 평등, 즉 소득의 불균형을 줄이고,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해 산업 발전 및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있고, 나아가 공공 서비스를 강화해 교육, 의료, 복지 등 공공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큰 가치가 있다고 외친다.

그러나 국가 통제 경제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경쟁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 경쟁이 제한되어, 혁신과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으며, 관료주의 못된 관습이 팽배해질 수 있다. 이른바 관료들의 갑질 등으로 비효율적 관료주의가 발전을 방해한다. 또 시장 경쟁을 통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의 비대칭은 치명적이다. 관료주의와 함께 그들의 정보장악력은 갑질의 부추김과 더불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할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 선택의 제한, 즉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고, 재정적 부담 역시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가 경제를 통제함에 따라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혼합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국가 통제는 장점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단점에 의한 폐해가 더 커 보인다. 국가 통제의 일반적인 장점은 결국은 기존 엘리트층에게 이롭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전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대신 필요로 하는 것은 “노령의 기존 기업” 즉 현재 미국 시스템을 지배하는 과점 기업, 억만장자, 거물을 보호하는 대신 젊은이와 스타트업을 지원하여 사적 경쟁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시스템이 여전히 일반인에게 효과가 있는 국가에서 배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은 다른 가난한 나라들보다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투자를 했고, 빠르게 부유한 나라로 올라갔기 때문에 “아시아의 기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유능한 정부들은 산업과 협력하여 제품을 수출하면서 이러한 기적을 이끌었다. 지금은 거대 기업이 된 삼성과 현대를 감독한 한국의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오늘날 대만은 기적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다국적 기업이 자체 글로벌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외국 기업을 위한 부품을 제조하는 OEM기업, 소규모 기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한 대만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앞지르며 첨단 컴퓨터 칩, 인공지능(AI) 및 미래의 다른 산업을 위한 중요한 구성 요소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가 됐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은 첨단 미래 먹거리 산업 즉 AI, 전기차(EV), 배터리, 바이오산업 등에서 앞서 나아가고 있지만, 첨단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대만이 단연 우뚝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70년대까지 대만은 주로 섬유와 의류 수출국이었다. 다른 많은 나라들처럼 서방 기술을 모방하여 경제를 현대화하기 시작했다. 1980년 대만 정부는 실리콘 밸리에서 힌트를 얻어 지역적으로 균형 잡힌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영토 전역에 자체 대학 캠퍼스가 있는 “과학 공원”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과학 공원‘은 신생 기업의 온실이 되었고, 대학에서 인재를 끌어들였으며 정부 보너스를 사용하여 경험이 풍부한 해외 거주자를 귀국시켰다. 이러한 신생 기업 중 일부는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대만은 칩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MIT 졸업생이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의 베테랑인 모리스 창(張忠謀, Morris Chang)을 영입했다. 대만이 한때 마텔(Mattel)과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을 위해 플라스틱 장난감을 만들었듯이, 모리스 창은 칩의 계약 제조업체인 ’퓨어 파운드리‘(pure foundry :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를 만들었다.

그는 칩 제조 공장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경쟁국가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가장 진보된 디지털 기술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작고 빠른 칩은 파운드리에서 제조된다. 파운드리 칩의 3분의 2는 대만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모리스 창이 만든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에서 나온다.

오늘날 대만은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TSMC는 현재 많은 서방 정치인들이 수용하는 산업 정책의 산물이지만, 모리스 창과 대만의 경우 “날씬한 정부(streamlined government)”에 의해 실행됐다. 공공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공공 부채는 약 34%이며, 근로자 30명 중 1명이 국가에 고용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다른 선진국의 평균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출자, 채무자, 고용주, ​​규제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을 제한함으로써 대만은 자신의 무게 이상의 펀치를 날리는 경제를 만들었다. (참고로 윤석열 정부는 특히 고용주, 규제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어 날씬한 대만 정부와는 달리 무직하고 뚱뚱한 정부가 돼가고 있어 윤 정권 내내 미래가 어둡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기업 중 하나인 TSMC는 대만의 최고 인재를 매수할 만큼 부유하여, 소규모 기업가의 평등주의 사회라는 대만의 뿌리에서 일부 벗어나면서 국내 비평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Jeff Bezos)와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같은 미국의 기술 거물들과 달리 모리스 창은 부(富)의 불평등에 대한 대중적 항의의 화약고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의 순자산이 약 20억 달러(약 2조 6,614억 원)로, 그 임원들의 재산과 비교하면 반올림 오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리스 창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자신의 탐욕을 억제하는 생각과 인식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대만은 금융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구제에 나서지 않고, 대형 은행과 기업을 구제하지도 않는다. 다른 정부들이 새로운 금융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점점 더 관대한 구제책을 제공하는 반면, 대만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중에도 자제력을 발휘했다. 2020년 재정 및 통화 자극책을 합친 금액은 GDP의 7% 미만으로, 미국, 유럽, 영국, 일본에서 통과된 경기부양책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대만의 세율은 선진 경제의 전형이지만, 지출 습관은 다르다. 사회 프로그램과 의료는 적게, 교육과 연구에는 많이 투자한다. 그 결과 놀라운 생산성이 나온다. 대만의 근로자 1인당 산출량은 40년 동안 매년 G-4 국가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4년 동안 8배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대만이 GDP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중(30%)을 제조업에서 창출한다는 사실에 기인할 수 있다. 제조업은 생산성 증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이다.

대만은 “중립(中立)”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냉전에서 가장 귀중한 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 탈중국(脫中國)을 선언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철저한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피하지 못하는 등 어설프고 무능한 대내외 정책을 펼쳤다.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컴퓨터 칩을 만드는 회사로서 대만은 기술 공급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연결 고리이다. 대만에 접근할 수 없다면, 미국이나 중국은 세계 기술 우위라는 야망을 이룰 수 없다. 이미 한국은 첨단 미래 먹거리 산업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만은 조용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윤석열 정권은 오로지 미국과 일본에만 치우쳐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중요한 대만의 역할에도 위험이 따른다. 미국 국방 분석가들은 대만이 본토에 칩 제조 공장이 밀집되어 있어 불과 100마일(약 160km) 떨어진 중국 본토의 미사일 위협이나 해상 봉쇄에 매우 취약하다고 우려한다. 이는 비교적 작은 지역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의 원천이자 동시에 성공에 대한 찬사이기도 한다.

대만은 거대 기업과 함께 스타트업을 창출하고 비교적 잘 분배된 막대한 부를 생산하는 사업 환경을 만들었다. 중국이 대만의 국제적 인정을 차단하기 위해 그렇게 성공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면, 대만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모델이 더 광범위하게 연구되었을 것이다.

중국의 역사적 부상은 마오쩌둥의 지배가 1970년대 후반에 끝나고, 그의 후계자들이 국가 통제를 완화한 후에야 시작됐다. 중국의 미미한 민간 부문은 도시 일자리와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배로 늘어나 15%에 달하면서 중국은 세계 강국으로 재등장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에는 국가 통제를 재확립했고, 성장은 급격히 둔화됐다. 현재 서방의 일부에서 널리 존경받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는 경제적 기적을 삼켜버렸다.

미국의 혼합 자본주의 시스템 운용과 함께 국가 통제 경제 쪽으로 기울었지만,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야망에 세계 최강의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강한 힘‘으로 비록 중앙통제 방식이기는 하지만 경제부흥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동일한 국가 통제라고는 하지만, 공산당 일당 체제의 중국과 미국은 다를 수밖에 없다. 관치금융, 중앙통제경제, 언론탄압, 정부 일방적 정책, 관료주의로 점철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의 필요성을 대만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