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와 문다혜의 두 마리 말(馬)

2024-09-14     이동훈 칼럼니스트

요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생각은 참 복잡하다. 그 와중에 꺼낸 ‘말(馬)’ 화두가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다혜 씨는 지난 12일 새벽 자신의 SNS에서 “그들에게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즈려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馬)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는 “그들(검찰)도 말이고, 동시에 나도 말에 불과하다”라고도 했다. 해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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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하필이면 말을 상징어로 썼을까. 검찰이 겨눈 칼 때문이었다. 칼을 든 무사들이 아버지를 치기 위해 다혜 씨 자신을 말로 쓰고 있다는 비유이다. 이 글에 담긴 그의 심리상태는 매우 복잡해 보인다.

이 글의 핵심 주장을 보면 ‘왜 검찰이 아버지를 치기 위해 나를 말로 쓰느냐?’라는 강한 항변이 내포되어 있다. 사실과 다르지만 그의 주관적 항변이 그렇다. 지금 드러난 혐의사실을 보면 다혜 씨는 말이 아니다. 만약 그가 말이라면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마부(馬夫)나 말 사육사 수준으로 보아야 한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이 상황을 검찰과 아버지의 전쟁으로 보기 때문에 자신은 아버지의 말도 아닌 검찰의 말로 인식하는 셈이다. 이 범죄혐의의 최종 수혜자인 그가 자신이 말로 쓰였다며 억울해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경제 공동체 논리에서 자신을 아버지의 뇌물 공여 경로로 보는 상식을 받아들인 게 아닐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또 다른 한 마리의 억울한 말(馬)이 떠오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경제 공동체로 몰려 중형을 받은 최순실(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가 탄 말이다. 정유라 씨는 오늘(13일) 이봉규TV에서 다혜 씨의 최근 SNS 글에 대해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자신의 인권을 짓밟은 문 대통령 딸이) 인격 운운하는 것은 정신 나간 소리”라고 맹비난했다.

비유하자면 문다혜의 말은 전투용 말이며, 정유라의 말은 운동선수의 말이다. 그러니까 한 마리 말에는 검사가 타고 있고, 또 한 마리 말에는 승마선수가 탄 셈이다. 아주 비슷한 범죄 구도 속에 등장한 두 마리의 말은 범죄사실만 빼고 나면 다혜 씨의 말은 치욕의 말이며, 유라 씨의 말은 승마 트랙의 빛나는 말이다.

지금 다혜 씨는 자신의 등에 올라앉아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는 검사의 칼을 운반하는 치욕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가 아버지의 말도 아닌 검찰의 말이 된 까닭은 명백하다. 이미 자신이 검찰의 손에 잡혔다는 중압감 때문 아닐까.

‘돌 맞은 개구리’가 며칠 만에 갑자기 ‘말’이 될 수 있는가. 수사 초기만 해도 “겨우 300만원 ?”이라며 검찰을 비웃던 다혜 씨는 지금 수억 원의 뇌물 혐의 수혜자라는 의혹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그런 그를 나약한 개구리로 인식해 줄 순진한 국민은 없다. 몸집이 크고, 힘센 말로 캐릭터를 바꾼 다혜 씨. 지금 언론은 다혜 씨를 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의심하고 있다.

추석이 지나면 그는 말(馬)이 아닌 그 무엇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