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 총리의 서울 작별 방문
- 한국 식민지 희생자에 대한 사과 아닌 ‘애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퇴임하기 한 달로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6일 서울을 방문, 일본의 식민지 통치 기간 동안 한국인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공감을 재확인하고, 아시아 이웃들 간의 따뜻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통신은 “2023년 초부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보수적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일본의 1910-45년 잔혹한 한반도 점령으로 인해 심하게 훼손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면서 “그 결과, 두 나라는 고위급 회담을 부활시키고 식민지 시대에 일본 기업에서 일하도록 강요당한 한국인 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 부과된 상호 경제 제한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시다가 떠난 뒤에도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용산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임자들의 노력을 계승하고,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 노동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마음에 큰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는데, 이는 기시다가 작년에 한 발언과 유사하다. 두 차례 모두 그는 식민지화에 대한 새로운 직접적인 사과를 피했다.
윤 대통령은 두 나라 사이에 “어려운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서울과 도쿄가 두 나라를 위해 ”더 밝은 미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아시아 지역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심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공급망 취약성 등 동일한 주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양국의 협력은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여 지역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에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윤-기시다 정상회담(12번째)에서는 별다른 발표는 없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제3국에 거주하는 서로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관리의 전언에 따르면, 기시다의 이번 이틀간의 여행은 그가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양자 관계에서 ”임기를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하기를 ‘적극적으로’ 희망한 결과 서울방문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의 안보와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적 협력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집권 여당 자민당의 ‘정치적 스캔들’로 인해 인기가 낮았다.
리프-에릭 이즐리(Leif-Eric Easley)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 교수는 “기시다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자본을 걸었다”면서 “윤 대통령과 함께 기시다 총리는 작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자 외교(bilateral diplomatic) 및 안보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고 미국과의 3자 상호협력( trilateralism)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작별 정상회담은 그 유산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의 서울 방문은 여전히 일부 한국인들로부터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도쿄를 달래려 하면서, 일본의 식민지 잔혹 행위를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기여 없이 전직 한국인 강제 노동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기금을 만든 것은 한국 내의 진보적 경쟁자들의 엄청난 반발을 촉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6일 수십 명의 시위대가 서울 도심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16세기 해군 영웅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면서 “이순신 장군은 일본의 침략을 물리친 공로로 추앙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위대는 반일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을 반역자로 묘사한 현수막을 들었고, 경찰은 동상에 오르려던 시위대 최소 두 명을 구금했다고 전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진정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방문을 기시다의 업적을 광고하는 계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대한 굴종적 외교로 국익을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기시다 총리는 임기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여,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9월 27일 당 대표 선거에서 새로운 기수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 선거의 승자는 기시다를 대신하여 당 대표와 총리를 맡게 된다.
주요 후보자 중에는 전 환경부 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있는데, 그는 도쿄의 논란이 많은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유죄 판결을 받은 전범을 포함하여 약 250만 명의 전쟁 사망자를 기리는 곳으로, 일본의 이웃 나라들은 이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의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일본 전문가인 최은미씨는 “만일 고이즈미 신지로가 경선에서 승리하면, 그는 한국을 포함한 (기시다의) 전략적 대외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가 야스쿠니 신사에 계속 참배할지는 핵심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새로운 일본 총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또 다른 경쟁자는 전 방위 장관 ‘이시바 시게루’로, 일본의 ‘군사적 야망’에 대해 강력한 발언을 한 적이 있어, 한국과의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이 2027년에 5년 단임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서 진보주의자들이 대통령직을 되찾으면 한일 관계는 더 큰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고 AP통신은 내다봤다.